#2021하반기
#IPO
#공모주
작년 9월 말 새로운 회사에 이직하며 사실 IPO 시장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경제신문에서 ‘상’이니
‘따상’이니 하며 20여 년간 IPO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필자에게도 낯선 단어들이 지면을 장식하는 것을 보며 ‘분위기가 굉장히 뜨겁구나’라고 생각해 왔을 뿐이다. 그런데 작년 늦가을쯤부터 늦은 시간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주식 얘기를 자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이자 주식시장 20년 종사자로서 대답해 줄 ‘의무’가 있기에 다시 주식시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정말로 뜨거웠다. 시초 가격이 ‘상’은 기본이고 ‘따상’ 정도는 되어야 자랑할 만한 분위기였다. 마치 IPO 업무를 시작하던 1999~2000년 당시 상장 후 열흘 정도는 상한가를 쳐야 “이제 좀 제법 주식이 오르는군!”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나는 듯했다. 그리고 아내와 이제 막 성인이 된 딸에게 ‘티끌 모아 태산’이라며 열심히 공모주에 참여하라고 독려를 하기도 했다.
글김회천 現 ㈜올리패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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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이후 상반기까지의 IPO 시장
하반기 IPO 시장에 대한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작년 여름 이후 상반기까지 12개월의 IPO 시장을 조사해 봤다. 참고로 IPO 시장은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지만 결국 공모주 시장에서 어떻게 소화되는가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기에 IPO 시장과 공모주 시장을 혼용하여 사용하였다. 기본 자료는 SV파트너스에서 제공을 받았고,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수요예측을 실시한 92개 기업의 공모가 결정 추이와 상장일 시초가를 모두 조사해 보았다(SPAC 제외, 이하 동일). 공모시장의 분위기는 여러 가지 지표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공모 가격이 밴드의 상단 이상에서 결정되는지, 그리고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얼마나 상승하는지가 비교적 중요한 지표라고 판단하였다. 분석 결과는 아래 과 같다.
많은 사람들은 작년 말부터 활발했던 공모주 시장이 최근에는 예전만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를 수치로 확인하기 위해 동기간 전체 92개의 수요예측 건수에서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으로 공모 가격이 결정되는 비중과 소위 ‘시초가 상’이라고 불리는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00%로 시작하는 케이스의 비중을 조사해 보았다. 파란색 기둥은 매월 말의 종합주가지수이다.이미 작년 초여름 무렵부터 주식시장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중 SK바이오팜이나 빅히트 엔터(現 하이브) 등이 시장의 높은 관심 속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되며 80% 이상의 기업이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결정되었다.
11월 이전에는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이르는 건수는 전체의 20% 내외로 공모주 시장이 그렇게까지 폭발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11월 종합주가지수가 전월 말 대비 한 달 동안 약 15% 급등하며 ‘시초가 상’을 치는 비중이 급증하였고 급기야 12월에는 5개 종목 모두가 ‘시초가 상’을 기록했다. 그림에서 올해 2분기부터의 추세를 보면 공모가가 상단 이상에서 결정되는 추세는 여전히 높지만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상승하는 비중은 미세하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시초가 상’의 사례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고 특히 6월의 경우에는 하나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주식시장은 여전히 견조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공모주 시장은 왜 열기가 예전만 못하고 점점 식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공모 가격이 소위 ‘par value’로 정해지다 보니 상장이후 추가적인 상승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기관이든 개인이든 공모주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공모가에 점차 거품이 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이익을 공유할 때 시장은 지속이 가능한 법인데, IPO 시장에서는 한동안 투자자들이 많은 이익을 향유하던 시기에서 점차 상장하는 회사가 이익을 독점하는 시기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v
요즘의 공모가 밸류에이션은 나름 현란한 로직을 갖추고는 있지만, 이는 분명 ‘최적의’ 공모가보다는 ‘최고의’ 공모가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는 “요즘에 밸류에이션이 어딨어?!”라고 하며 그 적절성 검증보다는 주체할 수 없는 유동성으로 ‘묻지마 공모주 담기’에 바빴던 기관투자자들의 마주치는 손바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결국 시장은 점점 그 뜨거움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도 시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특정 기업이 상장한다며 ‘상’, ‘따상’의 뜨거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하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적중한 바는 없는 듯하다.요즈음 감독 당국에서 많은 IPO에 대해 증권신고서 정정 명령을 내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이유가 제기되지만 그 결과물이 공모가 밴드의 하락임은 명확하다. 감독 당국의 정정 명령이 주관회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영향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많은 반론이 있겠지만, 점차 의무 확약 비율이 하락하고 상장 첫날 시초가 매도가 최선으로 여겨지는 지금의 시장을 장기투자자가 승리하는 시장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본다.
물론 이 글을 벤처 금융의 펀드매니저들이 볼 때, 이러한 감독 당국의 움직임은 모처럼의 투자 결실을 보는 데 걸림돌로 생각할수도 있겠다. 그러나 많은 벤처 금융의 보유지분 이관 행적으로 1개월 이상의 보호예수가 요구되고 있어서 초기 매도가 거의 곤란하고, 궁극적으로는 IPO 시장의 불씨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 하반기 IPO 시장 예측
IPO 시장은 주식시장과 동행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IPO 시장은 하반기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예컨대 금리 인상이라는 부정적 요인과 풍부한 유동성, 최대의 기업실적 이라는 긍정적 요인이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희망이 자양분인 주식시장의 특성상 하반기에는 제한 적일 수밖에 없는 금리 인상 리스크보다는 유동성 장세와 실적 장세가 함께 펼쳐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IPO 시장은 상고하저를 보여왔다. 보통 11월부터는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 참여로 공모 가격이 제값을 받기도 어려울 때가 많았고 이에 상장을 다음 해로 미루는 경우도 많았다. 코스닥시장 기준 7월 말까지 40여 개 기업이 상장하였는데, 이는 통상 연간 상장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아직도 많은 기업이 심사 중(7/23 현재 37개사)이고, 반기결산 이후 청구 열풍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더라도 올해 사상 최대의 기업이 상장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IPO 업계 후배들에게 물어보면 여전히 준비 중인 기업이 많고 그중 바이오 기업 등 특례상장을 대기 중인 기업이 많다고 한다. 하반기 상장 예정 기업은 이미 많이 기사화되 었으므로 여기에서는 일일이 거론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폭증하는 IPO 수요를 생각하면 상반기 특례상장의 높아진 IPO 문턱은 다소 우려스럽다. 7/23까지 미승인·철회 기업은 전체적으로 15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외에도 10개를 넘는 기업이 청구일로부터 두 달이 경과한 채 심사가 길어지는 등 그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 중 바이오기업이 6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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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심사청구조차 할 수 없었던 기업의 수까지 포함하면 특례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특히 바이오기업에는 그림자가 크게 드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바이오기업에 관련한 부정적 뉴스들이 많아 감독 당국이나 거래소의 시각이 다소 차갑게 식은 것이 아닌지 걱정이 다. 그러나 바이오기업이 역사적으로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 시장의 활황에 큰 역할을 했으며, 코로나19 이후 점차 다양한 분야 의 바이오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기에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바이오기업 이외에도 요즘 인구에 많이 회자되는 AI, 메타버스 등의 업종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전체 적인 청구기업의 수가 변수가 되겠으나 상장 심사의 문턱이 다소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섞인 전망을 해본다.
내실이 탄탄한 기업이 시장을 이끈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한다. IPO 시장이 겉만 화려해 보이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시장 참여자 모두가 행복할 수 없고 그런 시장은 작은 충격에서 순식간에 사그라들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반 공모주 청약 전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로 가늠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약 66조 원으로 집계되었다(7/15 기준). 투자자들은 여전히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는 법이다. 오히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볼품없어 보이지만 실적이나 기술력이 탄탄한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생각지도 않은 초과 수익을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업이 IPO 시장 참여자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본문의 내용은 소속된 회사의 입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