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물리학 박사였다가 반도체 장비 관련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기업인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이용관 대표이사는 현재 기술전문 액셀러레이터로서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그의 최애 별명은 ‘공대 형’. 그 별명처럼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는 ‘창업가들이 더 편하게,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투자자가 되면 좋겠다’는 신념이 녹아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해 ‘밸류 애드(value add)’하면서 미래 유니콘 기업들을 키워내는 이용관 대표이사를 만나보았다.
Q. 특별 회원사로 가입하셨는데요. 가입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용관 대표이사입니다. 저는 초기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고,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나 한국엑셀러레이터협회에 소속돼 있는데요. 후행하는 투자들도 매우 중요하고 이 생태계 안에서 협업하거나 연대할 일들이 많다는 생각에 파트너십을 더 강화할 목적으로 협회에 가입했습니다.
Q. AC와 VC의 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투자 특징으로 봤을 때 초기 투자에는 팀이나 사람, 기술, 사업 모델 같은 비정량 요소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A라운드만 넘어가도 시장 지표가 존재하고 제품 정의도 명확해져요. 스케일업 성과들도 나타나면서 숫자들이 많이 보이게 되고요. 저는 이런 비정량 요소와 정량 요소가 콜라보할 때 훨씬 더 시너지가 크다고 생각해요. VC들이 투자를 할 때 숫자로는 파악되지 않는 비정량 부분에 있어 우리의 의견이나 정보가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고 연계하면 더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해외 LP들에게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기술을 만날 수 있는 게이트웨이, 그런 좋은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사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투자회사이기 때문에 한국 테크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만나시라고 소개할 겁니다.
Q.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글로벌 진출 전략은요?
스타트업 투자만큼이나 밸류 애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만약 해외로 진출한다면 투자 후 현지에서도 강한 파트너십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줄 수 있어야 해요. 우리가 투자한 테크 회사들은 거의 다 글로벌형인데요. 지금 당장 우리가 해외 곳곳에 브랜치들을 만드는 것보다는, 스타트업들의 진출을 위한 해외 파트너십을 많이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Q. 글로벌 딥테크 유니콘 기업 탄생을 위한 선행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전에 먼저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요. 플랫폼 기업은 초기에 매출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상장 밸류 1조 이상의 기업들이 많이 생겨요. 하지만 딥테크는 비상장인 채로 1조 원을 넘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더 길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1조 원이 넘기 전에 상장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아서 유니콘 기업이 아직 탄생하지 않은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요. 레인보우로보틱스나 루닛처럼 상장 후 1조 원이 넘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은데, 한국 자본 유통시장의 특징과 딥테크 스타트업의 특이성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그렇게 보이는 거죠. 사업 측면에서만 본다면 딥테크 회사들이 플랫폼 기업보다 더 유리한 점도 있어요. 플랫폼 기업들은 언어·문화적 요소, 소비 집단의 특징상 로컬 비즈니스의 성향이 강한데, 딥테크 기업의 경우 스펙만 맞으면 글로벌로 진출하기가 훨씬 더 유리하죠. 따라서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지와 시장 확장성이 있느냐가 가치 측면에서는 중요해요. 자본 입장에서는 비상장, 즉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케일업 펀드가 충분히 조달되기에는 국내 자본시장의 규모나 구조가 아직 쉽지 않아요. 플랫폼 기업들도 뒷단에서는 해외 자금들이 유니콘을 만드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기 때문에, 그로스(growth) 자본의 확충이나 타겟의 확장성 등이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Q. 기술, 사람, 시장 중 딥테크 투자의 중요도 순위에서 기술은 오히려 3순위다?
사람, 시장, 기술 순이죠. 세 가지 요소 중 상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처음에는요. 시장은 변화 요소가 많으니까 사람이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인 거죠. 기술의 경우 처음에는 차별적 요소로 눈길을 끌 수는 있지만 정작 힘을 발휘하려면 솔루션, 시장과 정확히 연계가 되어야 해요. 어떤 문제를 풀어내고, 어떤 해자(moat)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Q. 10년을 내다봤을 때 가장 주목할 만한 딥테크 분야와 기술을 꼽는다면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시니어 관련 기술입니다. 지금 같은 매칭 서비스, 시니어 커뮤니티, 헬스 케어 서비스들이 아니라, 화성 탐사를 가는 정도 수준으로 시니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필요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해요. 웰에이징이나 웰빙도 중요하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 재정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 같거든요. 건강보험의 재정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머지않아 개인이나 국가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설 거라고 예상해요. 따라서 이 부분이야말로 다양한 솔루션이 나와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간병인이 하는 역할을 1/5의 비용으로 해줄 수 있는 기술, 즉 로봇이든 가구든 집이든 인류가 개발해 놓은 기술들을 집약해 이 분야의 솔루션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고,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 매우 큰 사업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Q. 블루포인트파트너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10년 뒤가 가장 기대되는 기업은요?
토모큐브요. 실시간으로 세포를 이미지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포의 겉모습만 볼 수 있는 다른 기술과 달리, 살아있는 세포의 내부 구조는 물론 부피, 표면적, 질량 등 물리적 변화도 한 번에 보여주죠. 여기에 더해 우리는 토모큐브가 의료·신약 개발 부문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해요.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인 ‘동물 실험’을 대체할 새로운 임상 방법에서 이 솔루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Q. 탁월한 피팅 노하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방금 토모큐브 얘기를 했으니까 이 회사를 예로 들어볼게요. 처음에 현미경 앞에 붙이는 필터를 사업화하겠다고 교수님이 찾아오셨어요. 이 필터를 붙이면 어떤 현미경이든지 3D로 볼 수 있고 내부 이미징도 할 수 있는 기술이었는데,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까 광학컴포넌트 시장으로 갈 경우 규모가 수천 억 정도밖에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의료기기 쪽으로 접목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드렸죠. 대신 필터만이 아니라 현미경 전체를 만드셔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현미경을 만들 수 있는 팀을 섭외해서 붙여드렸더니 시제품이 6개월 만에 나왔어요. 이런 식으로 사업 모델을 함께 고민해드리고, 거기에서 필요한 사람이나 팀을 구해서 전환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얼마 전 우주항공청이 개설됐는데 우주 관련 투자 기업도 소개해주세요.
처음으로 발사체를 직접 쏘아올린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있고, 가장 최근에 투자한 기업은 코스모비입니다. 코스모비는 창업한지 1년 정도밖에 안 됐고 우리가 시드 투자를 했어요. 우주선이 날아갈 때 뒤에 보이는 파란 불 같은 게 플라즈마 추진체거든요. 플라즈마의 여러 응용처 중 하나가 추진체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구했고 가장 잘하는 랩 출신들이 만들었어요. 아직 우주선용은 아니고 인공위성에 붙여서 자세를 제어하거나 군집 비행을 할 때 쓰이죠. 또한, 스페이스X를 ‘버스’에 비유할 경우 이 플라즈마 추진체는 ‘택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스페이스X가 고도 400km까지 올려 보냈는데 그보다 더, 혹은 덜 가고 싶다면 이 플라즈마 추진체라는 택시를 타고 가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요.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죠. 국내에서 처음 하는 시도들이라 매우 관심 있게 보고 투자하는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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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택시 드라이버처럼 운전을 하면서 상상력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전 회사에서 B2B 비즈니스를 했거든요. 나름 장점도 있고 정도 많이 쌓였지만 솔직히 좀 답답했어요. 고객이 몇 안 되니까 내 선택지가 매우 적었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저는 운전으로 해소했어요. 출장 다닐 때 택시 드라이버만큼이나 운전을 많이 했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업 모델 하나가 머릿속에 탄생하는 거죠. 그럴 때 너무 재밌고 스트레스도 풀려요. 상상 속에서 제가 다른 길을 걸어보는 거니까요. 그 아이디어 중에는 5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는 것들이 있는데, 덕분에 사고력 훈련도 됐었고 투자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블루포인트파트너스답다’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을까요?
‘블루포인트’는 ‘블루오션으로 가는 시작점’의 줄임말이에요. 저는 지금도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요. 우리의 전문성은 무엇이고,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요. 처음에는 ‘이 분야의 기술, 산업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그게 틀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상담을 하다 보면 기술이나 팀은 너무 좋은데 망가진 회사를 만나게 돼요. 망가진 원인이 뭘까 되짚어 보니 시작이 잘못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시작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자원이 극도로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시작’하면 그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더 높은 성공 확률로 나아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겁니다. 그 시작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목표이고, 그거야 말로 블루포인트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