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PEOPLE
“VC 하길 참 잘했다”
20년 경력 ‘롱런’의 비결
에이스톤벤처스 안신영 대표이사
관록 있는 VC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에이스톤벤처스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년 간 눈에 띄는 투자 실적으로 이름을 알린 안신영 대표이사가 ‘어벤져스’ 파트너들로 구성한 이 회사는 서로 간에 쌓인 오랜 신뢰를 동력삼아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현업에서 VC 업무를 이어가면서도 경영인으로서, 창업 희망자들의 멘토로 또 다른 ‘인생 성적표’를 써내려가고 있는 안신영 대표이사에게 VC로서 롱런하는 비결을 들어보았다.
Q. 20년 넘게 VC로서 투자업무를 지속하신 대표님의 커리어를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에이스톤벤처스 안신영 대표이사입니다. 저는 졸업 후 회계사로 잠깐 일하다가 2003년 대성그룹으로 이직했어요. 당시는 그룹이 대성창업투자를 인수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여기서부터 VC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SBI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담당(상무)으로 업무를 계속 하다가 2018년 H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맡았고, 3년 전 에이스톤벤처스를 창업했습니다.
Q. 함께하는 파트너들도 업계 전문가들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2명의 파트너와 시작했어요. 그중 안병규 부사장은 대성창업투자에서 만난 이후 저와 10년 가까이 투자업을 같이 했죠. 워낙 능력 있는 분이라 제가 SBI인베스트먼트로 옮긴 후 스카웃을 했고요. 오랜 기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창업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분입니다. 또 다른 파트너는 권영혜 전무인데요. VC 관리 분야에서 일 잘하기로 정말 유명한 분입니다. 검증된 전문가들이자 성격도 잘 맞는 3명이 에이스톤벤처스를 시작한 건데요. 최근에는 좀 더 젊은 파트너인 김진열 전무를 영입해서 4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설립 3년 차, 에이스톤벤처스의 성과는요?
초반에는 고생을 좀 했어요. 하지만 그 사이 5개의 프로젝트 펀드와 2개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는데, 블라인드 펀드도 가장 큰 앵커인 성장금융, 모태펀드 둘 다를 받았습니다. 또한 프로젝트 펀드 5개 중 2개를 재작년에 상장으로 청산했는데 IRR(내부수익률)이 174.7%로 매우 높게 나왔고, 이러한 좋은 성과를 기반으로 더 탄탄하게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Q. ‘VC 하기 참 잘했다’라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이렇게 좋은 직업이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항상 만족도가 높았어요. 특히 투자한 기업이 잘 됐을 때 가장 즐겁죠. 무엇보다 내 성적표가 고스란히 남는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데요.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VC 성적표를 공식적으로 잘 관리해주고 있고, 그 자체로 객관적인 검증 자료가 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Q. VC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요?
투자한 회사가 잘 안 됐을 때죠. 우리는 벤처기업들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기 때문에, 회사 대표와 임직원들이 그간 어떤 고생을 감내하면서 노력해왔는지 알잖아요. 그런데 이 회사가 잘 안 될 경우 제 트랙 레코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그보다는 기업 대표와 임직원들이 이후 얼마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보게 돼서 더 힘든 것 같아요.
Q. 대표님의 투자 철학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요?
‘윈윈’입니다. VC만 수익을 얻는 게 아니라 투자 기관과 투자받은 회사가 함께 성장하면서 기업의 성공을 서포트하는 윈윈 관계를 매우 중요시해요. 또한 우리 회사 직원들, 파트너들과 함께 행복하게 일하고 그 성과를 즐겁게 나누는 것 역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리스펙’ 하는 VC 한 분을 꼽으라면요?
너무 많은 선배님들이 계시는데요. 그중에서도 신진호 전 KTB네트워크 대표이사님을 존경해요. 인품과 능력 모두 뛰어나셨고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많이 주셨거든요. 현직에 계실 때도 존경했었고, 저 역시 그런 VC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Q. 투자 스펙트럼이 다양한데요. 그 중 인생 딜 하나를 꼽는다면?
제가 상장시킨 업체가 20개가 넘는데, 각각의 스토리가 있어요. 최근 상장 업체 관련해서는 다른 데서도 많이 언급했기 때문에 아주 오래 전, 지금은 기억에 묻힌 디지텍시스템스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대성창투 재직 시절 상장시킨 회사였는데, 첫 상장이라 많은 노력을 한 결과 투자 금액의 24배를 회수했습니다. 상장 후, 그리고 지금은 많은 게 바뀌었지만 멀티플이 굉장히 높았고 제가 안정적으로 VC업계에 안착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나를 가장 놀라게 한 사업가는요?
2020년에 상장한 와이팜의 대표님입니다. 저는 2012년부터 이 기업에 여러 차례 지속적으로 투자했어요. 규모는 매우 작았지만 휴대폰 RF칩 기술을 보유하는 등 기술력을 강점으로 갖고 있는 회사였거든요. 와이팜에 놀랐던 건 대표님의 태도 때문이에요. 대개 투자를 받기 전에는 VC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만 투자받은 후에는 예전만 못해요. 그런데 이 분은 반대였죠. 오히려 투자 후에 더 자주 연락하고 보고도 자주 하시더라고요. 회사가 계속 잘 되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제품 단가가 하락하면서 팔면 팔수록 손실을 보는 상황이 왔는데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가 구조를 바꿔서 상황을 역전시켰고, 흑자로 전환해서 상장까지 가게 됐죠. 한 번 쓰러졌을 때 그걸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데 대표님께서 잘 대응하셨고 그로 인해 신뢰가 더 굳어졌습니다.
Q. 10년 뒤, 가장 먼저 확인해 보고 싶은 투자기업은요?
에이스톤벤처스 설립 후 제가 직접 투자했던 곳 중 잘 성장하고 있는 2개 기업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중 하나는 로봇 플랫폼 업체 빅웨이브로보틱스예요. 최근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로봇을 필요로 하는데, 관련 정보가 별로 없잖아요. 로봇 제조업체들에게는 판로가 필요하고요. 이 회사는 제조사들과 수요 업체들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해요. 설립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투자 후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IPO에도 많이 다가가 있어요. 특히 해외에서 잘 하고 있어 10년 뒤에는 로봇시장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될 거라고 기대해요. 또 다른 업체는 제로엑스플로우로, 영어 학원 강사들이 교육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기업인데요. 이 분야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지만 기업 대표가 너무 열심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한계’를 대표의 능력으로 뛰어넘고 있는지 꼭 한번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Q. 최단 기간 투자한 스타트업은 어디일까요?
저는 업체를 방문해서 미팅하는 순간 일단 꽂힙니다.(웃음) 빨리 판단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다 투자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첫 인상에서 그 정도의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주의예요. 검토를 하다 보면 리스크가 보이기 때문에 투자까지 가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게 되고요. 단기간에 의사결정을 한 기업들의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긴 한데, 반대인 경우도 있어요. 저는 이 회사가 너무 좋은데 함께 투자하겠다는 기관이 없었어요. 오랫동안 딜 클로징을 못하자 ‘내가 잘못 본 건가?’ 고민도 했어요. 바로 에이스토리 이야기인데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갔는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잘 됐답니다.
Q. VC 멘토로도 많은 활약을 하고 있으신데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멘토링 참가 기업들은 대부분 본인의 사업 모델은 어떤지,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해요. 사업 모델이 매력적인데 일부 수정이 필요할 때는 그 부분을 코칭해드리죠. 반면 투자받기 어려운 모델일 경우라도 요즘엔 솔직하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드려요. ‘펀딩이 꼭 필요하다면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VC를 만나야 될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얘기하죠. 투자를 받지 않아도 사업 모델을 바꾸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하거나 R&D에 집중하는 등의 다양한 솔루션이 있으니 어디에 포커싱하면 되는지도 말씀드리고요. 그걸 같이 고민해 드리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되곤 하거든요.
Q. 어떤 VC가 롱런할 수 있을까요?
투자할 회사를 잘 이해해 주고 함께 가는 VC요. 저는 기술검증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회사를 잘 리드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회사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면서 회사의 현황과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그걸 판단할 수 있는 논리력이 좋다고 생각해요. 기술을 잘 안다고 해도 현장에 있는 기업들만큼 많이 알기도 쉽지 않고, 안다 해도 시장은 늘 변하니까요. 따라서 회사를 잘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해서 큰 그림을 그린 다음, 우리의 노하우로 그들이 못 보는 부분을 제안하면서 리드를 해주는 게 VC의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Q. 끝으로, 어떤 VC로 기억이 되고 싶으신가요?
‘함께 가는 VC’요. 우리가 투자한 기업, 우리 회사 직원들, 그 밖에 이 생태계 속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가면서 서로 잘 되는 그런 관계를 맺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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