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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수의 대학기술지주처럼
학교 발전의 동력 될 것”

포스텍 홀딩스(포항공과대학교 기술지주)
고병철 대표이사

2024_1 vol.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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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가 중심이던 대학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과 연구성과를 사업화하고 여기에서 창출한 수익을 다시 대학 R&D에 재투자함으로써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학의 재정 건전성은 경쟁력, 위상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해외에서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을 독려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기술지주들도 창업생태계의 한 축으로서 미래 유니콘들을 적극 발굴하고 보육, 투자하기 위해 발돋움하고 있는 이때, 새로 회원사가 된 포스텍 홀딩스의 고병철 대표이사에게 대학기술지주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포스텍홀딩스 #기술지주 #고병철 대표이사

"나의 투자 레슨 두 가지는 Check & Follow 방식으로 투자하라, 그리고 좋은 창업자 옆에 또 다른 좋은 창업자가 모여 있다는 것입니다."

Q. 협회 가입을 축하드립니다. 모교 기술지주회사 대표로 돌아오신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투자사와 달리 기술지주는 대학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하나의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포스텍 홀딩스 뿐만 아니라 전 대학의 기술지주가 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Q. VC 1세대로 꼽히는 대표님의 투자 원칙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저는 23년 정도 투자 업계에 있는데요.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Check & Follow입니다. 투자할 때 아무리 세세하게 자료를 분석해도 잘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요. 실제로 투자를 한 후에야 그 회사의 면면이나 창업자를 제대로 볼 기회가 주어집니다. 따라서 처음 투자를 할 때는 과감하게 하고, 투자한 기업 중 정말 잘 맞아서 같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될 경우 그다음 팔로우는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게 하라는 게 첫 번째 레슨입니다. 두 번째는 ‘모여 있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창업자 옆에는 또 다른 좋은 창업자가 있고, 성공한 창업자 옆에는 좋은 투자자가 있다는 거죠. 따라서 심사역이라면 그런 좋은 창업자와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포스텍 홀딩스 만의 색깔은 무엇일까요?
포스텍 홀딩스는 포스텍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143개 중에 절반 가까이가 포스텍의 교원이나 졸업생 창업이고, 이 성과가 다시 포스텍에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해외에서도 유명 사립대학들이 자산운용을 통해서 재정의 많은 부분을 해결하고 있는데요. 그 툴 중 하나가 학교의 여러 R&D 결과물을 사업화하는 것입니다. 포스텍에서는 포스텍 홀딩스가 이런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20년 넘게 VC업계에 계셨는데요. 업계의 변화를 추동한 주요 계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이폰이 투자의 관점을 많이 바꿨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부품·소재 등은 대부분 B2B 즉 어느 기업에 납품하는지, 퍼스트벤더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가 기업의 성장을 좌우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핸드폰, 자동차, 통신 분야가 그랬죠. 하지만 아이폰이 나오면서 외형보다는 그 안에 어떤 것을 담을지가 중요해졌어요.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야 했죠. 일반 대중이 비즈니스, 소비재를 끌고 가기 때문에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게 됐고 그로 인해 투자 심사역들의 인사이트 난이도가 점점 높아졌어요. 그전까지는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이제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토스와 같은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가 스마트폰 안에 담기게 되는 등 IT 플랫폼에서는 아이폰의 출현을 계기로 투자의 기준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AC(액셀러레이터)는 창업자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고, 초기 창업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금액보다 재능적 투자가 더 많이 필요한 분야죠."

Q. 제도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술성평가인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상장 기준이 매출(시장성)이었다가 수익성이었다가 회계 투명성으로 옮겨갔습니다. 하지만 바이오테크놀로지의 경우 장시간의 R&D를 요구하고 매출 발생 시점도 매우 길기 때문에, 이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기술성평가가 도입됐다고 생각해요. 기술성평가 도입 이후 근 10년 간 바이오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니 바이오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라이선스 아웃이나 해외 유명 빅파마와의 거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업계 차원에서도 이 부문에서 큰 성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Q.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VC와 AC 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해주신다면?
외형적으로는 규모가 다릅니다. VC는 투자 규모나 스테이지가 AC(액셀러레이터)에 비해 훨씬 큽니다. 또한 VC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을 때 투자를 한다면 AC는 조금 더 위험할 때 투자하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죠. AC는 시드 투자나 창업 초기 투자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창업자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고, 초기 창업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투자 금액보다 재능적 투자가 더 많이 필요한 분야라는 거죠. 공통점은 VC, AC 둘 다 불특정하고 불확실한 분야에 투자를 한다는 것인데요. 우리나라 벤처 투자 시장이 발전하려면 양 사이드가 골고루 우량하게 성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처음 업계에 왔을 때는 AC라는 말 자체가 없었습니다. 투자 유치를 중간에서 알선해 주는 중개자 역할이 대부분이었고 보육도 별개였습니다. 이후 성공한 창업자들이 후배들을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오면서 많은 AC들이 생겨났고, 저희 같은 대학기술지주도 대학을 기반으로 랩과 밀접하게 있으니까 ‘넥스트 유니콘’을 모토로 창업 초기부터 관여하는 등 좋은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AC라는 말이 생긴 지 얼마 안 됐다는 게 놀라운데요. ‘심사역’이라는 용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요?
우리나라 벤처투자 태생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회사가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인데요.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라는 공기업으로 시작해서 초기 기업, 스타트업,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이외에 다른 지원을 해주는 역할로 시작하다 보니 대출과 관련한 ‘심사역’이라는 용어가 파생된 것 같고, 그게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고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해외에는 벤처캐피탈리스트(VC)라는 용어를 쓰고 있기도 하고 저도 개인적으로는 심사역이 ‘평가자’로서의 역할만 강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 누군가 적절한 용어를 제안해주면 좋겠습니다.
Q. 요즘 눈여겨보시는 섹터나 기술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눈여겨보는 분야와 회사가 주목하는 분야는 다릅니다. 회사 내에는 여러 심사역들이 각자의 특성과 관심사에 따라 여러 분야를 주시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주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주에 설치물들이 많아지는 시대가 올 것이고, 그곳에서는 지상에서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빠른 시간에, 쉽게 해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지상에서보다 우주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가 뭘까 생각해보는 거죠. 스페이스X를 통해 발사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런 기반이 생각보다 빠르게 올 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Q. 투자에 있어서 직감의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VC뿐만 아니고 모든 의사결정에서 직감의 비중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직감으로 먼저 결정하고 그 과정을 백업하기 위해 이성이 동원된다고 보거든요. 물론 그 직감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딥러닝 끝에 만들어진 것이어야 합니다. 평소 얼마나 고민하고 연습하느냐에 따라 직감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거죠. 운동선수를 예로 들어볼게요. 160km로 날아오는 공을 쳐내는 타자가 3할의 타율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2천 번 이상 빈 스윙을 할 겁니다. 그런 노력이 뒷받침됐을 때라야 공을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직감적인 스윙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케이스를 보고, 느끼고, 실패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기만의 기준이 생성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직감을 통해 판단을 하게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10년 뒤의 미래에 미리 가볼 수 있다면 포스텍 홀딩스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먼저 어떤 기업을 확인해보고 싶은가요?
다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10년 뒤 제가 연락을 드렸을 때 단번에 받지 못할 만큼 바쁜 분들, 저를 안 만나도 되는 기업으로 모두들 성장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얻었던 인사이트를 가지고 AI 관련 기업을 창업한 분이 있는데요. 그 분을 만날 때마다 ‘참 영민하다, 스마트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고 현재 국내 최대의 IT 기업과도 협업 중이어서 어디까지 성장할지 꼭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포스텍 홀딩스의 10년, 20년 뒤 목표가 궁금합니다.
아직은 학교나 여러 기업들과 함께 경쟁력과 방향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해야 할 단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뒤쯤이면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서 해외 유수의 사립대학 기술지주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할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고, 반드시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1년 또는 한 달에 더 앞당기는 것이 저의 역할이기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고 많은 분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습니다. 포스텍 홀딩스의 향방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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