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장탐방] CES 2024,
세계 혁신가들의 소통과
협력의 장
김영상 이에스인베스터 심사역
지난 1월, 한국벤처캐피탈협회를 통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행사 ‘CES 2024’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12시간의 긴 비행 끝에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이어 고속버스를 타고 15번 고속도로를 따라 사막을 가로지르며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해서 CES 행사 입장에 필요한 배지를 수령하고, 첫날밤은 내일 마주하게 될 새로운 기술들을 상상하며 마무리했다.
규모와 다양성에서 압도적인 행사,
삼성 부스 돋보여
행사의 첫날, LVCC(Las Vegas Convention Center)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서 받았던 조언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했다. “CES 행사장은 매우 크니 더밀크, KPMG에서 발간하는 필드 가이드를 참고해 동선을 미리 생각해두세요”라는 조언이었다. LVCC는 넓게 펼쳐진 여러 관으로 나뉘어 있었고, 특히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Venetian Expo는 셔틀이나 Vegas Loop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LVCC Central 관에서는 대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규모와 다양성에 압도당했다.
삼성 부스를 첫 방문지로 정했다. 올해 삼성은 Micro LED에 집중한 모습이었는데, 이 기술은 OLED의 번인 문제와 수명 문제를 해결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었다. 삼성은 SmartThings를 필두로 한 초연결 기술에도 초점을 맞추었으며, Tesla의 ESS 제품 Powerwall과 같은 확장된 생태계와 온디바이스 AI칩을 탑재한 가전제품을 전시했다. 온디바이스 AI 기술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가정용 AI 비서 로봇 ‘볼리’를 통해 가전제품들을 컨트롤하는 생태계를 구현했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가우스’와 함께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를 구동할 수 있는 타이젠OS를 선보이기도 했다. AI칩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는 시장을 내다본 듯했다. 많은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삼성처럼 LLM 모델부터 OS, 온디바이스 칩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기술 스펙트럼을 갖춘 기업은 드물었다.
미국 진출을 모색하는 스타트업들과의
네트워킹 파티
그날 밤, CES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법무법인 미션이 주최한 네트워킹 파티에 참석했다. 이 파티는 아늑한 가정집에서 열렸고, TV에서만 보던 전형적인 미국식 파티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법무법인 미션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법인 설립과 플립 등에 대한 전문적인 자문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리빌더AI의 대표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리빌더AI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사물을 촬영하고 이를 3D 콘텐츠로 변환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삼성 C랩 아웃사이더 프로그램의 일부로 CES에 참가했으며, 롯데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칼리버스와 협력하여 쇼핑몰 제품들을 3D로 구현하고 있었다. 리빌더AI 대표님은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조언을 얻고자 이 파티에 참석했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활동,
눈길 끄는 해외 스타트업
둘째 날에는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Venetian Expo를 방문했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한국 참가 기업의 수가 매우 많아 마치 한국의 코엑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정도로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활동과 기술적인 진보가 눈에 띄었다. 첨단 로봇 기술, AI 솔루션, 헬스케어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CES에서의 이러한 활약은 한국 기술의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였다.
살펴본 해외 스타트업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몇몇 기업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의 ITEN은 혁신적인 전고체 마이크로 배터리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회사는 세라믹으로 제작된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을 대폭 줄였으며, 크기 또한 100㎛에서 2mm로 매우 작아 회로 기판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존 코인셀 배터리 대비 200배 이상의 에너지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재충전이 가능하고 희토류 원소를 사용하지 않아 지속 가능한 배터리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ITEN은 ‘CES 2024 최고혁신상’을 수상함으로써 그들의 혁신성과 기술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VC 여정에 밑거름이 될 지식과 인사이트를 얻다
네덜란드관에서는 Axelera AI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엣지 장치에서 컴퓨터 비전 프로세스를 가속하는 신경망 처리 장치(NPU)를 개발하고 있었다. Axelera의 독특한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메모리 내에서 연산을 수행하여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 기술은 고성능 처리능력과 함께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여 다양한 엣지 기반 컴퓨터 비전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Axelera AI의 대표님은 특히 자동차, 보안, 의료 기기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의 응용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AI 기술을 더 넓은 범위의 기업과 개발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그의 말에서는 확고한 비전과 목표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은 단순히 제품의 개선을 넘어 우리의 생활과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예감케 했다.
행사가 끝난 후, 마지막 이틀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그리피스 천문대, 게티 센터 미술관을 관광했고, 약 일주일간 다른 투자사 선배님들과 함께하면서 업계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에, 나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모든 관계자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CES 2024는 단순히 기술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곳은 전 세계 혁신가들과의 소통과 협력의 장이었으며, 이 경험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얻은 지식과 인사이트는 앞으로의 여정에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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