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People

미래 세대를 위한
문제 해결에
‘진심’인 CVC

SGC파트너스 서영현 대표이사

2024_1 vol.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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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ESG 바람’을 타고 임팩트투자가 크게 활성화됐지만, 관련 스타트업의 기술이 상용화되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VC 입장에서는 ‘기회의 시장’이면서 ‘커다란 리스크’가 될 수 있는데, 이 두 개의 간극을 메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CVC 설립 3년 만에 친환경 에너지기업인 자회사와 결을 맞춰 ‘사회적 가치 증진’이라는 시너지를 내며 큰 걸음을 내딛고 있는
SGC파트너스 서영현 대표이사의 이야기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SGC파트너스 #서영현 #CVC

Q. 구독자 여러분께 새해 덕담 부탁드립니다.
띠를 상징하는 열두 마리 동물 중 ‘상상의 동물’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용이고, 올해가 바로 용띠 해입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의 상상이 실현되는 새해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Q. 회계사에서 출발한 커리어가 눈에 띄는데요.
대학 졸업 후 회계사로서 삼일회계법인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고, 삼정KPMG에서는 M&A 자문 업무를 하면서 뉴욕 본사에서도 잠깐 근무했습니다. 이후 두산그룹 내 M&A를 담당하는 CFP팀에서 관련 실무를 하면서 계열 창업투자회사인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에서 약 4년 간 심사역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SGC그룹에서는 기획 업무를 하다가 현재 그룹 CFO, SGC파트너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Q. SGC파트너스는 어떤 회사인가요?
3년 전 설립됐기 때문에 이름이 좀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SGC그룹은 OCI그룹에 속해 있으며, OCI그룹은 잘 아시는 것처럼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는 세계적 기업이자 재계 30위권의 대기업입니다. SGC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친환경 발전기업 SGC에너지와 그 아래 글라스락으로 유명한 SGC솔루션, SGC이테크건설, SGC그린파워, SGC디벨롭먼트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SGC파트너스는 SGC에너지의 100% 자회사입니다.
Q. 그룹 차원에서 SGC파트너스를 VC 형태로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SGC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치고 나서 미래 먹거리, 신사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미래 신사업에는 대규모의 투자가 집행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위험도도 높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대규모 투자 이전에 세상의 흐름, 트렌드를 빨리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VC라고 생각했고, 그런 차원에서 SGC파트너스를 설립했습니다.
Q. 모기업과 연계해 SGC파트너스가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는 무엇인가요?
SGC에너지는 예전에 석탄발전소였지만 유연탄 사용을 계속 감축한 결과 현재는 석탄 비중이 30%도 채 되지 않는 ‘친환경 발전사’로 탈바꿈해 가고 있습니다. SGC그룹은 이런 ESG, 탄소중립, 그린뉴딜을 그룹의 전략 방향으로 삼고 많은 투자와 신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SGC파트너스가 투자하고 있는 탄소중립·그린뉴딜 펀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친환경, ESG 스타트업에 집중하시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요?
SGC그룹에서 제가 전략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탄소중립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가 생겨난 건 약 45억 년 전이고 인류가 출현한 건 300만여 년 전인데, 지구의 오염과 그로 인한 기후위기의 도래는 최근 50여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100년 된 건물에 1시간 놀러 온 사람들이 들어오자마자 그 건물을 부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면 다음 사람들이 살 수 없잖아요. 저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 세대가 망가뜨려 놓은 지구를 원상복구 해놔야 한다, 우리 세대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SGC그룹과 SGC파트너스는 탄소중립, 그린뉴딜을 위한 투자와 실천을 지속해나가고 있습니다.

Q. 창투사 설립 후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2021년 회사 설립 직후, 매출은 없고 비용만 발생하는 시기가 이어졌습니다. 매일 적자가 쌓이는데 모태펀드나 출자사업은 신청할 때마다 번번이 탈락했죠. 투자할 펀드가 없었기 때문에 심사역들은 투자를 못하고 제안서만 써야 했고요. 설립 초기의 적자 상황은 이미 예상했었지만 낙담하는 심사역들을 볼 때 대표이사로서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러다 1년 뒤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둘 다에서 출자사업에 선정되는 기적이 일어나서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저희 임직원, 출자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Q. 3년차에 이른 현재 SGC파트너스의 성과는요?
운용자산(AUM) 1,500억 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모태펀드와 성장금융을 통해서 이미 900억 원 정도를 달성했고, 최근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하 KIAT)으로부터 스케일업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2023년 1,500억 원 이상의 AUM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SGC파트너스가 중시하는 기업 문화,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달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심사역 간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상대방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고 존중할 것, 내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대할 것 등을 강조하죠. 투자 협의를 할 때, 또는 심의할 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되 서로를 존중해주는 마음이 있어야 올바른 투자회사로서 계속 성장해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Q. CVC인 SGC파트너스가 모회사와 LP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은요?
SGC파트너스는 SGC에너지의 100% 자회사라서 CVC라고 할 수 있는데요. VC 입장에서 회사의 주주인 모회사와 펀드의 주인인 LP라는 두 명의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해상충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SGC파트너스 설립 때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펀드들의 주목적을 SGC그룹의 전략 방향과 일치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SGC파트너스가 갖고 있는 ESG, 탄소중립, 그린뉴딜 펀드들의 주목적이 그룹의 전략 방향과 일치되어 있기 때문에 모회사와 LP분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만든 거죠. 이는 저희가 CVC로서 성장하고 성공하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Q.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딜은 무엇인가요?
사실 심사역 생활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수행한 딜도 많지는 않아요. 굳이 꼽는다면 첫 번째 투자와 마지막 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 투자는 두산그룹 지주 재직 때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회사를 추천받아서 시작했는데, 저 역시 회사 관계자들과 오래 소통하면서 열심히 심사 보고서를 썼어요. 실제로 투자가 이뤄졌고 순조롭게 진행돼서 인수 의향을 보이는 해외 투자자, 국내 대기업도 있었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화재가 발생해 회사 경영이 매우 어려워져버렸어요. 반면, 마지막으로 투자한 곳은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제 손으로 그려줘야 했을 정도의 회사라 큰 기대가 없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50억 밸류에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최근 천억이 넘는 밸류에 거래되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투자의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시장과 회사, 관련 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분석하는 이유는 투자 성공률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리기 위해서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심사역들에게도 제 생각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라고 늘 얘기합니다.

Q. 회계사였기 때문에 숫자에 민감하실 것 같은데요?
저는 숫자에 약해서 회계사 생활을 오래 못 했던 것 같아요.(웃음) 투자를 할 때 숫자가 중요하긴 하지만 숫자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초기기업 투자라면 정말로 숫자는 별 의미가 없죠. 중요한 건 시장이 성장하느냐, 그 성장의 과실을 회수할 수 있느냐, 대표가 그러한 역량이 되느냐 이 세 가지인데 초기기업은 그조차도 어렵습니다. 회사 대표의 역량에 많이 기댈 수밖에 없는 거죠. 제가 회사 대표들을 직접 만나볼 수는 없으니까 우리 심사역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투자를 결혼에 비유한 건데요. ‘투자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 대표와 뜨거운 사랑을 하라, 그렇지 않을 거라면 아예 심의에 올리지도 말라’고요. 또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는 ‘한없이 냉정해져라, 당장 이혼할 것처럼 결정하라’고 말합니다. 그것만 지켜진다면 우리 심사역들의 의견을 저는 다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SGC파트너스는 어느 스테이지에, 어떤 분야에 주로 투자하나요?
스테이지를 구분하지 않아요. 다양한 스테이지에 있는 회사들에게 투자해 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심사역들도 프리 IOP를 잘하시는 분, 초기 스타트업들을 잘 보시는 분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식상한 것, 뻔한 것, 전통적인 것보다는 새로운 것, 본 적이 없는 것, 미래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을 찾아서 해 달라고 주문합니다.
Q. SGC파트너스가 진행 중인 포트폴리오들을 소개해 주세요.
SGC파트너스는 기후위기나 식량부족, 고령화 등 다음 세대들이 직면하게 될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포트폴리오로는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는 ‘이노프로젝트’, 2차전지 관련 스타트업 ‘TCMS’, 신재생에너지 거래 플랫폼 ‘시너지’, 친환경 챌린지 플랫폼 ‘그린고라운드’ 등을 예로 들 수 있고요.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 회사로는 농기계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긴트’,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한 ‘수지스링크’ 등이 있는데요. 대체육은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즉 기후위기 대응에도 도움이 됩니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포트폴리오로는 시니어 케어 서비스 ‘케어닥’이 있는데, 긴트의 농기계 자율주행 기술도 농촌 고령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Q. SGC파트너스의 2024년 계획은요?
2024년 상반기 중에는 KIAT로부터 받은 스케일업 펀드 결성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 같고, 하반기에는 또 다른 펀드를 결성할 계획입니다. 드라이파우더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나가려고 하고 있고, 심사역분들도 많이 모시려고 하고 있습니다. 젊은 심사역분들이 오셔서 투자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Q. 끝으로 SGC파트너스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SGC파트너스는 미래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CVC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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