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은 규모 면에서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며 게임산업특별위원회의 출범으로 주변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국내 게임 이용률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국내 게임 산업의 구조도 글로벌 시장과 동떨어진 형태로 구조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투자도 감소하고 있어 미래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게임 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게임 분야 전문 심사역 1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게임의 규모, 수익 모델, 검토 시기별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를 확인하여 국내 벤처캐피탈의 게임 분야 투자 성향을 확인했다. 이번 인터뷰가 게임 분야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3월 7일 더불어민주당의 게임산업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번 출범식에서 게임 특위는 4대 정책 ‘플랜 G.A.M.E’를 발표했다. 첫 번째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 저지(Guarding Gamers)’, 두 번째 ‘지속 가능한 e스포츠 생태계 조성(Advancing e-sports), 세 번째 ‘등급 분류 제도 혁신(Modernizing Governance)’, 네 번째 ‘게임 & e스포츠 컨트롤타워 신설(Establishing Innovation Institute)’의 4가지 정책이었다. 출범식 얼마 전에는 당대표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게임 산업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방송 내용 중 게임 산업과 관련된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특히 인상 깊은 내용은 게임 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게임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 수출 효과를 높이 평가하는 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었다.
국내 게임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왔으며 특히 코로나 시기 폭발적 성장을 보여 현재 약 23조 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매년 8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으나 수입 규모는 2~3억 달러에 불과해 큰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적인 국내 무역 수지 흑자 규모가 연간 400억~500억 달러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부분에서도 효자 산업이다. 산업 종사자의 숫자도 8~9만 명 수준으로 고용 효과도 큰 산업이다.
국내 게임 산업 규모(단위:억원, %)
출처: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 2025년 3월, 한국콘텐츠진흥원
그러나 제1야당의 게임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나 규모, 성장과는 달리 게임 산업의 현실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코로나 기간 실외 활동의 감소로 빠르게 증가했던 게임 이용율은 코로나 시기 이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22년 74.4%에 이르렀던 게임 이용률은 2024년 59.9%가 되어 약 20%의 감소가 있었다.
국내 게임 이용률 변화
2023년 국내 게임 플랫폼별 규모(단위:%)
2023년 세계 게임 플랫폼별 규모(단위:달러)
출처: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 2025년 3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은 전체 시장의 약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콘솔 게임이 약 30%이며 PC 게임은 대략 2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게임 산업은 모바일 게임이 약 60%, PC 게임이 약 2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콘솔 게임은 5%가 되지 않아 세계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구조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고 장르나 제작 기술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국내 벤처캐피탈 업종별 신규 투자 규모
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투자정보센터, 2025년 02월, Venture Capital Market Brief
이런 산업 환경의 어려움과 함께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의 투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코로나 시기 이용 인구의 증가와 함께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잠시 반등했으나 본래의 감소세로 돌아갔다. 또한 코로나 시기 전체적인 벤처캐피탈의 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이 시기의 반등도 큰 증가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전체 투자에서 게임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내 벤처캐피탈 업종별 신규 투자 비중
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투자정보센터, 2025년 02월, Venture Capital Market Brief
2015년 전체 벤처캐피탈 투자에서 약 8.1%를 차지하던 게임 산업은 2024년 1.5%까지 감소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게임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고려하면 투자 부분에서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벤처캐피탈의 게임 분야 투자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게임 분야 투자 성향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성장하는 게임 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투자를 검토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게임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24년 국내 게임 분야 투자 경험이 많은 전문 심사역 12명을 대상으로 게임에 대한 투자를 심사하면서 검토하는 요소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40대와 50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평균 연령은 46.1세, 산업 경력은 평균 9.7년, 투자 경력은 평균 8.3년이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2024년 연감에 따르면 벤처캐피탈 전문인력의 수가 2023년 기준 1,549명이고 팀장급 이상 경력이 있는 투자 심사 인력의 비중이 83.6%이다. 게임 분야의 투자 비중이 2~3%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경험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게임분야 전문 투자 심사 인력은 20~30명 정도로 추정되어 12명의 전문 심사 인력의 인터뷰는 충분한 대표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연도별 벤처캐피탈 인력 현황(단위:개사, 명, %)
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2024 Korea VC Yearbook, 2024
직급별 벤처캐피탈 인력 현황(단위:명, %)
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2024 Korea VC Yearbook, 2024
인터뷰는 게임 투자 심사 요소를 제품/서비스 요소, 기업가/팀 요소, 시장 요소로 구분해 진행했다. 수익 모델은 패키지 판매형과 게임 내 과금형으로 나누고 제작 예산 규모에 따라 100억 이상의 대형과 10억 미만의 소형, 그 중간을 중형으로 구분하고 제작 단계에 따라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5점 만점 기준으로 중요도를 평가하는 형식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제품/서비스 요소의 추정 매출 고려
기업가/팀 요소의 추정 매출 고려 정도
시장 요소의 추정 매출 고려 정도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국내 벤처캐피탈의 게임 분야 투자 중요도는 전체적으로 기업가/팀 요소에 대한 중요도가 4.08로 가장 높았다. 제작 초기 4.28이던 중요도는 제작 후기로 갈수록 낮아져 3.99가 되었고, 제품/서비스 요소에 대한 중요도는 평균 3.50이었으나 초기 3.10에서 후기 3.99로 높아지는 형태를 보였다. 따라서 제작 초기에는 인력 구성에 대한 요소가 가장 중요하고 후기로 갈수록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 요소가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 요소는 평균 3.35로 다른 요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중요도를 보였으나 시장 규모에 대한 요소는 3.63으로 다른 요소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중요도를 보였다. 또한 초기보다 중기에 중요도가 낮고 후기에 다시 높아지는 패턴도 다른 요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규모 면에서 대형 게임은 차별화 요소를 제외한 전 요소에서 다른 게임보다 높은 중요도를 보여 대형 게임일수록 높은 요구 수준을 제시한다는 것도 나타났다. 소형 게임은 중형이나 대형 게임과 달리 제품의 차별화가 중요하게 나타났으며 다른 요소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중형 게임은 패키지 판매형에서는 시장 요소 외의 요소에서는 소형과 다소 유사한 패턴을 보였고 게임 내 과금형에서는 대형과 더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이는 중형 게임은 게임 내 과금형에서 대형과 유사한 높은 요구 수준으로 투자유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패키지 판매형의 경우 시장 요소로 인해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런 결과는 최근 시장에서 보여지는 대형과 소형 중심으로 양극화되는 투자 트렌드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짧은 지면에 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제시된 데이터를 분석하면 국내 벤처캐피탈의 게임 분야 투자가 가지는 성향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이 개봉했다. 아직 상영 중이라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으나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200만을 넘으며 1위를 하고 있고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를 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글로브 감독상, 아카데미 작품상 등 다수의 수상을 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2024년 연말 런칭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도 런칭과 동시에 각종 차트의 1위를 차지했으며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블랙핑크”의 리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연을 했으며 “BTS”의 뷔의 솔로 음원은 여러 나라의 차트에서 1위 혹은 상위권을 차지하며 K-pop의 인기를 보여주고있다. 이렇게 K-컬처는 서로 다양한 시너지를 이루며 선전하고 있지만 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은 산업적 측면, 투자 측면에서 모두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2025년 게임산업특별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게임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다양한 의미에서 매력적인 산업인 게임 산업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투자 분야도 활성화되어 많은 당면 과제를 극복하고 코로나 시기를 뛰어넘는 성장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