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PEOPLE
꾸준함이 빚은 연륜과
통찰로 VC생태계의
중심에 서다
KB인베스트먼트 송영석 대표이사
올해 3월 KB인베스트먼트의 수장이 된 송영석 대표이사는 꾸준함과 내실 있는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년간 이곳 KB인베스트먼트에서 묵묵히 경력을 쌓아온 그는 성실함과 신뢰를 바탕으로 심사역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투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가시화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신중한 태도와 함께 명확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회사를 이끌면서, 폭넓은 네트워크와 연륜을 기반으로 VC 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송영석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KB인베스트먼트를 국내외 투자자, 투자대상 기업에게 한 문장으로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송영석입니다. 저희는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안겨드리고, 좋은 벤처기업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벤처캐피탈입니다.
Q.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는데요. ‘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KB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AUM)은 6년 만에 3천억 원에서 3조 원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매크로 경제 환경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AI와 반도체, HBM 관련 기술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저희는 투자 금액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투자 방향과 지역, 섹터 등을 정교하게 조정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올해도 약 4천억 원 규모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업계 상위 수준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Q.해외 진출과 관련해 인도,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 보스턴 지사를 중심으로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외 진출은 동남아에서 시작해 인도로 확장됐는데요. 이곳에서 현지 파트너 없이 딜 소싱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현지 파트너들과 함께 투자조합을 결성하는 Co-GP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보스턴을 중심으로 직접 진출해 2년 만인 내년에 투자 기업의 IPO를 앞두는 등 바이오 중심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딜 소싱이 현지에 상주하는 저희 인력들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고,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는 점입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앞으로도 동남아, 인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Q.PE 분야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PE 분야는 그동안 회사의 ‘아픈 손가락’이었지만, 인력을 대대적으로 보강, 쇄신하며 성장을 본격화했습니다. PE는 AUM 확대에 적합하며, 대규모 딜과 VC에서 다루기 어려운 기회에 도전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Q.스케일업 투자와 초기 투자 시에 특별히 중시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초기 투자는 벤처기업의 경영자와 시장 성장성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경영자의 역량과 커리어, 레퍼런스를 검토하고 시장 성장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면 과감히 투자합니다. 초기 기업은 다시 한 번 턴오버 할 기회가 있고, 때로는 우리가 리드하거나 때로는 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이사의 역량과 사업 분야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스케일업 투자에서는 수익률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단계의 기업은 대부분 대규모 펀드레이징이 이뤄진 경우이기 때문에, LP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더 전략적이고 계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해외 진출 가능성과 사업 라인업의 수평적 다변화도 중점적으로 검토하면서 추가적인 업사이드가 있는지도 판단합니다.
Q. KB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전문 VC로 평가받는데요. 이 분야에서 주목하는 기술은 무엇인가요?
국내 벤처캐피털의 바이오 투자 비중은 평균 30%로, KB인베스트먼트도 유사한 비중으로 투자를 진행합니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는 최근 유가증권 신고서를 제출한 오름테라퓨틱과 메자닌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리가켐바이오를 들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바이오 기업의 주요 매출원은 라이선스 아웃이기 때문에 글로벌 빅파마가 주목하는 유전자 치료제, 세포 치료제, 항암제 등과 같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 기업에 메자닌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바이오의 중심지 보스턴에서도 다양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의 투자 원칙, 투자 철학을 말씀해주세요.
‘모든 투자는 서로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게임 이론에 따라 서로 가장 유리한 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성사 여부를 떠나 그동안 만났던 회사들에게 제가 ‘신뢰할 만한 투자자였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스타트업의 부문만 놓고 봤을 때,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은 벤처캐피탈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런 투게더’의 마음으로 회사 성장을 위해서 같이 손잡고 나아가는 가장 진실한 동반자가 되고자 합니다.
Q. 2024년 시장 평가와 2025년 전망을 말씀해주시고, 그러한 상황에서 VC업계는 어떤 노력과 준비가 필요할지 말씀해주세요.
매우 어렵습니다. 매크로적인 요소들도 얽혀 있고요. 많은 분들이 미국의 금리 인하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 바이오 분야가 주목받을 것이라고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내년에도 미국에는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여건을 보면, 벤처캐피탈이 주요 회수 창구로 사용하는 코스닥 시장이 침체돼 있는 데다, 코스닥의 기술성 평가와 거래소 심사, 금감원 기준이 모두 까다로워진 점도 VC 업계에 매우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있고, 좋은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투자를 한 하우스는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대표님께 의미가 있는 포트폴리오를 소개해주시고 그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바디텍메드라는 바이오 진단 키트 회사에 6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혈액 검사로 간단히 현장에서 진단할 수 있는 POCT(Point-of-Care Testing) 기술을 개발 중이었는데,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기술이었습니다. 바이오 시장이 한풀 꺾여 있던 상황이라 내부 투자심의에서도 부결될 뻔했지만, 임원분과 현장을 방문해 회사가 창고를 짓고 있는 걸 보고 매출이 나온다는 점을 확인했고, 곧바로 투자심의를 통과시킬 수 있었는데요. 이 투자금은 회사에 마중물이 되어 중국 시장 진출에 기여했으며, 저희도 큰 수익을 올렸습니다. 현재 바디텍메드는 코스닥 상장사로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사례로는 2011년 20억 원을 투자한 태양광 기업 탑선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잘 성장했지만, 2012년부터 예상과 다르게 급격히 어려워지며 부도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과 임직원의 노력으로 실적을 회복했고, 결국 SK건설에 인수되어 SK 그룹사가 됐습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매우 보람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Q. 심사역의 역량을 신뢰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는 성과 중심의 인사 방식이 인상적인데요. 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회사에서 18년 간 근무하며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왔기 때문에 인사 스타일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저희는 금융지주 산하에 있으면서도 VC만의 독특한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요. 지주사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과 중심의 원칙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낸 사람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있는데요. 투자 금액, 수익률, 네트워크 역량 등을 평가해 부서장이나 투자 그룹장에 적합한 인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Q. 벤처캐피탈리스트와 VC 업계의 위기관리의 중요성에 관한 조언 말씀부탁드립니다.
업계 전반이 많이 어렵습니다. 투자 금액은 늘어나지만 엑시트 수단인 코스닥 시장이 침체돼 있고, 기존의 기술성 평가 기업 중 실적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아 신규 기업 진입이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펀드 청산 물량이 최근 이래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며, 신규 투자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자할 기업을 발굴하기가 어렵고 ▲경쟁자가 많으며 ▲투자 밸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매크로와 업계의 ‘삼중고’인 셈이죠. 이에 대비하려면 더 열심히 발로 뛰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은 업계에 어떤 VC로 기억되시길 원하시나요?
VC 28년 차로, 그동안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분야에 제가 하고 싶은 투자를 조용히 진행해왔습니다. 유행하는 분야를 따라가기보다, 탑다운 방식으로 유망해질 기업과 분야를 먼저 찾아다녔죠. 이 과정에서 고생도 했지만, 먼저 투자한 덕분에 큰 이익을 본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표가 된 이후에는 다른 VC 대표님들, 후배들을 더 자주 만나며 그들의 고민을 듣게 됐고, 회사 규모가 크다 보니 동반 투자를 통해 투자 기업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눌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업계 후배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는 선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VC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VC 생태계에 기여하고, 업계 모든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업계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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