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CA

Vol.206 August.2025

안녕하세요. 2023년부터 포레스트파트너스에 합류해서 포레스트파 트너스의 CSO이자 포레스트 벤처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황호연 입니다.

포레스트벤처스는 독립계 VC로서, 글로벌 무대를 지향하는 최고의 창업자와 팀을 초기 단계에서 발굴하고, 이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돕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영대학 교수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 스럽게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학과 과학을 동시에 좋아했던 저는 “경영을 공부하기 전에 하드 스킬을 먼저 갖추 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졸업 후에는 당시 이공계 출신에게는 비교적 이례적인 진로 였던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에 입 사하였고,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을 자문하며 경영 전반에 대한 통찰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MBA 진학과 투자 분야로의 전환에 자연스러운 기반이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스쿨 재학 중에는 금융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흐르게 하는 ‘경제의 혈관’ 역할을 한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자본의 배분 방식이 기업의 경 쟁력과 지속 가능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 하며 투자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MBA 졸업 후인 2006년부터 뉴욕에 위치한 글로벌 헤지 펀드인 타이거 아시아(Tiger Asia)에서 투자 전문가로 커리어를 시작 하게 되었습니다.Tiger는 전설적인 투자자 줄리안 로버트슨(Julian Robertson)이 1980년에 설립한 헤지펀드로, 탁월한 투자 성과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인재 육성 철학으로도 유명합니다.
Tiger 출신의 펀드 대표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시장과 투자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 을 나누며 서로에게 자극과 통찰을 주었고, 이를 통해 각자의 투자 역량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Tiger Asia의 빌 황(Bill Hwang) 대표님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아울 러 Tiger Global, Viking, Maverick, Blue Ridge, Lone Pine 등 여러 전설적인 펀드 창업자들의 철학과 관점을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 세 기업에는 공통적으로 창업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오랜 시간 교류해 왔으며, 투자에 앞서 최소 1년 이상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창업자의 의지와 역량을 충분히 파악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국 투자의 핵심은 ‘사람’이며, 그 사람을 장기간 관찰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트릿지 의 신호식 대표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글로벌 농수산물 데이터 디지털화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초기에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들을 차례로 해결해 나가는 실행력을 보며 강한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파두의 경우에도 대기업인 삼성만이 개발하던 차세대 eSSD 컨트롤러를 스타트업이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 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반도체 및 AI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고 선제적인 기술 로드맵을 그려낸 창업자의 안목, 그리고 그 도전적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팀을 국내외에서 직접 구성해낸 실행력은 저희의 투자 결정을 이끈 핵심적인 요인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러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파두는 현재 Meta, SpaceX, Nvidia, Google, Seagate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테크 기업 들을 고객사로 확보한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스타트업’으로 자리잡 았습니다. 이처럼 각 기업의 성공은 단순한 아이디어나 시장 트렌드 에 기대기보다는 비전을 실현해내는 창업자의 실행력과 팀의 집단 역량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 도 높이기 위해 저희 나름의 프로세스와 원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 켜 왔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이나 신기술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들 의 의견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다만, 그 기술이 실제로 사업화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왜 지금까지는 안되었는데 이 회사는 가능하다 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판단은 내부적으로 직접 내리려 합니다.
기술 전문가들은 대체로 본인의 경험과 업계 관행을 바탕으로 의견 을 제시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조언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지나 치게 상식적이고 보수적인 결론에 머무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저희가 주로 발굴하는 초기 스타트업은 기존에 아무도 해내지 못했 던 과제에 도전하는 팀들이며, 그러한 도전은 전통적인 시각으로는 성립 자체가 어렵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시장의 일반 적인 컨센서스나 외부 전문가의 통상적인 평가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오히려 진정한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저희는 어떤 투자 건이든 한 명의 심사역에게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그가 창업자와 깊이 있게 교감하며 회사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얕은 검토 보다는 한 사람의 깊은 고민이 훨씬 더 정확한 판단과 강한 확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것이 초기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가장 효과 적인 방법이라 믿고 있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후속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측면에서도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 한 가치는 투자 판단의 객관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있다고 생각 합니다. 제가 과거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기업들에 투자할 당시에도 개별 기업의 사업 내용이나 성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분야 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상대적인 경쟁력을 면밀히 판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보다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했으며, 실제로 투자 성공률도 높이는데 기여했습 니다. 특히 한국 시장은 특정 섹터나 기업에 대한 시장의 선호가 급격 히 쏠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과의 비교 없이 국내 환경 만을 기준으로 투자 판단을 내릴 경우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의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이에 저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자 및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바탕으로 기준 점을 설정하고,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초기 기업을 바라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포트폴리오 기업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는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지원 수단이 됩니다.
단순한 소개를 넘어 각 시장의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현지 핵심 인물 및 기업과의 연결을 통해 실제 사업 전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차별화 요소입니다.

포레스트벤처스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최고의 창업 자들을 발굴하고, 그들과 깊이 교감할 수 있는 탁월한 심사역들과 함 께 성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특히 저희는 단순한 인력 확장에 그치 지 않고, 주니어 심사역들이 시간이 지나며 독립적 판단력과 전문성 을 갖춘 슈퍼스타로 성장하고 궁극적으로는 파트너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내부 성장 구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랜 역사와 경험을 가진 UTC인베스트먼트와 포레스트가 하나의 가족이 되면서, 더욱 탄탄한 기반 위에서 조직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양사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보다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 기반의 조직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궁극적으로 저희는 외형의 빠른 확장보다는 철학과 문화가 일관되게 공유되는 구성원들과 함께 깊고 탄탄한 성장을 이루는 것 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