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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제너럴리스트

토니인베스트먼트 박주원 상무

#토니인베스트먼트 #박주원 #스타트업 #VC

잘 쌓아 온 하우스를 떠나 항상 새로운 일이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신생 하우스에 뛰어든 이가 있다. 토니인베스트먼트 박주원 상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생각하는 투자 가치관과 투자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정리 편집실
Q.‌ ‌‌구독자분들께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 회사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VC Discovery 독자 여러분. 저는 토니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주원입니다. 토니인베스트먼트는 이제 막 2년 차가 된 정통 VC를 표방하는 신기술금융사입니다. 설립 후 총 18개사에 투자했고 반도체설계, AI 기반 물류 관제/로봇제어, 디지털 치료제, 연료전지, 항공우주 같은 B2B 원천기술회사가 2/3 이상입니다. 투자 철학은 기술기반의 회사, 해외 진출 역량이 있는 회사, ESG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회사를 발굴하여 투자하는 것입니다.


  • Q. ‌‌ ‌신생 하우스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기존 하우스들은 각기 오랫동안 쌓아 온 그 운용사만의 유산(heritage)이나 고유의 컬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잘 꾸려진 팀들도 있고요. 저도 예전에 큰 하우스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지만 이제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이미 잘 굴러가고 있는 회사에서 적당히 역할을 찾는 것보다는 제가 직접적으로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생사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신생 하우스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요?
    A. 장점은 회사의 투자 철학, 투자 방향, 시스템 등을 제가 원하는 대로 초기에 세팅하고 또 이러한 뜻이 맞는 팀을 꾸려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신생사만의 패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점은 투자사로서 인정받기 위한 업력과 투자실적이 아직 없다는 것인데 실제로 이러한 점 때문에 설립 직후 투자를 하면서 피투자기업들로부터 많이 외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고생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보람이 있어 좋습니다.

    기존 유산보다는
    현재의 사람, 팀(team)이 중요합니다.
    예전에 들었던 말인데 벤처를 hiring business,
    PE를 firing business라고 하더라고요.


Q. 다양한 투자 업무를 경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커리어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A. 저는 해운, 조선, 건설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 그룹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재무팀이었는데 신사업/M&A팀으로 발령이 나면서 투자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익숙하지 않은 일인 데다 양이 많아서 거의 2년은 차가 끊기고 나서야 택시를 타고 집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당시 PE 본부를 만들면서 투자 분야를 확장하고 있던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주니어심사역을 선발하는 것을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SI 입장에서 인수합병을 전제로 투자하는 건을 주로 보다가 FI의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투자업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총 7년을 스틱에서 근무했는데 초반 4년 정도는 ‘Special Situation/Secondary’ 본부에서 투자를 했고 이후 3년간은 벤처본부에 있었습니다. 이때 벤처 투자가 PE보다 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후 NHN인베스트먼트로 이직해서 계정을 일부 할당받아 벤처성 투자를 약 7년간 하게 되었습니다. 투자회사에서 총 15년 이상을 일해왔는데 어느덧 투자 포트폴리오가 34개, 총 투자액은 1천억을 넘겼습니다.

Q. 나는 어떠한 VC인가요?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A. 저는 노력하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입니다. 벤처투자업계에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들이 많습니다. 전문분야가 있고 깊이 있는 검토가 가능한 이들 전문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지 않고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계속 다양한 분야에 관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게 싫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알고 있던 다른 분야의 지식이 융합되면 뿌듯함도 있습니다.


  • 투자는 예술(art)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어요.
    매번 다르고 딜소싱, 쿠킹, 집행까지
    각각의 과정에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항상 새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 Q. ‌‌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닷컴 버블’에 이어 ‘테크 버블’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거나 반대로 투자의 기회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코스톨라니의 개’라는 비유가 있습니다. 어떤 기업의 내재가치와 시장가치가 달리 움직이는 현상을 비유한 것인데 개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이 내재가치라면 개는 그 사람의 앞뒤를 왔다 갔다 하는 시장가치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개가 너무 앞서나간 듯했는데 이제 다시 주인 쪽으로 돌아오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통상 이 격차가 클 때를 버블이라 할 텐데 결국 이를 조기에 판단해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고유 가치(intrinsic value)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가치에 휘둘리면 안 되고 그 기업의 고유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개가 주인보다 뒤처지는 찬스가 있다면 그때가 투자 적기인 것이고요. 그리고 닷컴 버블과 테크 버블의 비교에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실체가 없는 것들’에 투자했다면 걱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닷컴 버블 때도 모든 투자자산이 균등하게 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내재가치가 있던 회사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실체가 없고 내재가치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Q. ‌유동성 축소 및 경기 침체로 인해서 스타트업 투자 방향이 바뀔 것 같은데 상무님의 투자 전략은 무엇인가요?
    A. 한동안 과도하게 풀렸던 유동성이 인플레를 자극했었기 때문에 당분간 정책금리가 올라갈 것이고 안전자산 선호와 현금확보 현상이 두드러져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의 벤처투자는 위축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환경은 벤처투자자들에게는 나쁘진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벤처투자는 베타(beta) 추종이 아니라 알파 추종(alpha-seeking)이기 때문에 좋은 회사를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펀딩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야 있겠지만 평가는 조정받을 것이고 좋은 기업들을 좋은 조건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닷컴 버블을 경험하셨는데요. 불황을 이겨낼 스타트업이란 어떤 스타트업들일까요?
A. 닷컴 버블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많지 않고 금융위기 때의 기억은 꽤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좋은 기술과 아이템을 가지고도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유동성 고갈로 빛을 보지 못하는 회사들이 항상 있기 마련인데 체력이 약한 벤처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보수적인 시나리오 하에서 자금조달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기 확장기나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처럼 제어할 수 없는 대외 환경 악화에서는 회사의 귀책이 아닌 투자자의 사정으로 투자가 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기존 자금으로 최대한의 통로(runway)를 확보하고 팀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력이 있는 회사는 소나기를 피하고 나면 금방 또 기회가 찾아오게 되니까요.

  • Q. ‌ ‌나, ‘박주원 상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또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A. 저는 제가 투자한 회사들로부터 그 회사가 중요한 분기점에 있었을 때 진정한 도움을 준 투자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물론 투자는 자선사업이 아니고 투자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그래도 벤처투자는 유통시장에서의 투자와는 달리 투자자와 기업이 서로 아날로그 환경에서 만나 합을 맞추어 동반자가 되는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에 꼭 회수 이후에도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투자자가 되고 싶습니다.


Q. ‌끝으로,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음악, 책 등이 있다면?
A. 뉴욕대 다모다란 교수가 쓴 <내러티브 앤 넘버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분은 기업가치평가에 대한 이론가로 매우 유명한 분인데 이 책에서는 기업의 가치평가에 대해 스토리텔링과 정성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부류(내러티브: 스토리 부족)와 재무적, 정량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부류(넘버스: 넘버크런처 부족)가 있고 두 부류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 잘 융화되어야만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재무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몰라도 최근 VC들은 기업의 예상 실적을 통해 재무적 관점의 평가를 하는 것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스토리도 잘 알고 숫자도 잘 알아야 앞서 몇 차례 언급한 고유 가치(intrinsic value)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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