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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장(1986년 이전) - 벤처캐피탈, 한국에 첫 씨앗을 뿌리다
1장(1987~1995년) - 점차 다양해지는 벤처투자 주체들
2장(1996~1999년) - 빠르게 확장되는 벤처생태계
3장(2000~2004년) - 터져버린 버블, 주저앉은 벤처의 꿈
4장(2005~2014년) - 드디어 돌아온 벤처투자의 봄
5장(2015~2018년) - 벤처투자, 제 2의 벤처붐을 향하여
6장(2019~미래) - 이제는 미래로 30년
(자료 출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30주년 백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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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벤처투자, 제 2의 벤처붐을 향하여(2015~2018년)
한국 벤처생태계는 2015~2018년 사이 마침내 버블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2015~2018년 동안 한국 벤처캐피탈은 기존 주요 벤처투자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이는 벤처생태계의 제도적 기반이 자리 잡히는 가운데 민간 영역이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우선 대규모 정책자금이 꾸준히 출자되며 벤처펀드 육성에 원동력을 제공했다. 2017~2018년 2년 동안 연속으로 4조 7,000억 원 규모로 결성된 벤처펀드는 정부의 적극적인 벤처 활성화 정책 덕분에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보통신(ICT), 바이오 및 의료 분야에 활발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로의 전환’이다.
2019년 상반기 민간 부문의 벤처투자 출자액은 1조 6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제도적 기반도 착실히 다져가며 벤처 생태계 전반에 걸친 변화를 이끌어 냈다. 2013년 처음 조성된 성장사다리펀드는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하위펀드(자펀드)를 거느리는 상위펀드(모펀드)로 출발했다. 2017년에는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돼 벤처 관련 정책들이 일관되게 추진 가능해졌다. 지난 2005년 도입된 기술 특례상장에 이어 2017년 1월부터 ‘테슬라 요건 상장’(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과 ‘성장성 특례상장’을 통해 상장 주관사가 성장성 높은 벤처를 초기에 발굴해 상장심사 청구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카페24’는 2018년 2월 1호 테슬라 상장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하게 됐다.
<정책 자금 주도에서 민간중심 생태계로 전환(2018)>
정부는 스스로 그간 벤처 정책이 벤처 생태계의 자생력보다는 벤처기업 육성과 지원, 공급 위주 정책만 지속해 왔다고 반성했다.
특히 사전규제 및 투자 제한 위주로 규율하던 벤처투자제도와 공급 위주 모태펀드 운영은 민간 자본 유입을 제한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제약했다고 자평했다.
이에 정부는 민간선도, 시장 친화, 자율과 책임이란 3가지 원칙을 세우고 벤처 생태계 혁신에 나섰다. 이 가운데 벤처캐피탈에 대해서는 △사행성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벤처투자 허용 △벤처 캐피탈 해외투자 제한 폐지 △조건부 지분인수계약(SAFE) 등 다양한 투자방식 허용 △모태출자 받지 않은 펀드 대상 창업투자 의무 외 최소규제만 적용 등 규제 완화와 펀드 운용 자율성 강화를 추진했다.
모태펀드에 관해서도 △민간이 투자분야와 조건을 제안하는 민간 제안펀드 도입 △모태펀드 민간출자자콜옵션을 50%로 확대 △모태펀드 우선손실충당 확대 및 성과관리 보수 자율설계 허용 △기결성된 민간펀드에 대한 모태펀드 증액 출자 도입 등을 통해 민간 자금 유입을 촉진했다. 민간이 자유롭게 투자 분야를 제안하는 ‘민간제안 펀드’는 2018년도 7,600억 원 규모로 조성됐고 모태펀드와 KEB하나은행이 함께 1,100억 원 규모 민간모펀드를 조성하는 성과를 냈다.
2018년도 들어서 벤처확인 제한업종은 기존 23개에서 유흥 업종 등 6개로 대폭 축소됐고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오피스가 새롭게 벤처확인을 받아 벤처캐피탈로부터 361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개인 벤처투자액에 대한 소득공제도 확대됐고 투자 후 3년 이내로 벤처확인 시 소득공제에 소급적용이 가능해진 점 등도 민간의 벤처투자 분위기 확산에 힘을 보탰다. 결국 2017년 대비 2018년 벤처펀드 출자 비중은 정책금융은 2,314억 원 줄어든 33.5%, 민간출자는 3,095억 원 늘어난 66.5%를 기록해 민간 부문이 한국 벤처캐피탈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 확고히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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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생태계 제3의 축, 신기술사업금융회사(2018)>
신기술사업 금융회사가 2015년 51개사에서 2018년 105개사로 단기간에 두 배나 늘어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규제 완화가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4월 금융투자업자의 신기술사업금융업 겸업을 허용하는 가운데 같은 해 9월부터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자본금 요건을 기존 2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낮춤으로써 신기술 사업 금융회사 성장의 발판을 제공했다.
금융위는 2017년 12월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의 PEF 설립 시 금산법상 출자승인 심사 부담을 전문 사모집합 투자업자 수준으로 완화했다. 이어 2018년 8월 국무회의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신기술사업금융업자에게 기존까지 투·융자 대상으로 불허하던 금융·보험업 및 부동산업 가운데 핀테크, P2P 금융 플랫폼,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보험 서비스, 모바일 부동산 중개 서비스 등 ICT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업종은 투·융자 대상으로 허용 가능해졌다. 이 밖에도 신기술사업금융회사 투자 범위가 확대되며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성장사다리펀드, 한국 성장 금융투자운용으로 진화(2016)>
2013년 5월 정부는 창조경제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벤처 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한다. 정책 초점은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다시금 벤처 투자에 나서게 해 ‘투자중심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2013년 8월 ‘성장사다리펀드’가 결성된다.
성장사다리펀드의 기본구조는 다양한 모펀드와 자펀드로 구성됐다. 개별 모펀드와 자펀드는 각각 성장 단계별 자금공급 목적과 구조를 달리했으며 조성된 자금은 목적별 별도 펀드인 ‘모펀드’와 그 하위펀드인 ‘자펀드’에서 운영키로 했다.
자금모집은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투자자가 별도로 자금을 결성하고 개별 펀드 단계에서 자금을 결합하는 형태였다. 정책금융기관은 매년 약정한 출자 규모에 따라 자금을 출자하는 ‘Capital Call’ 방식이었다. 연기금 등 민간 자금은 펀드를 결성해 성장사다리 펀드와 공동 투자하거나 성장사다리 펀드가 조성한 펀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청,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2017)>
2017년 7월 2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중소기업청은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돼 창업 벤처기업의 지원과 대중소기업 간 협력 등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게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이던 기술보증기금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되, 금융 감독이 필요할 경우 중소벤처기업부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승격된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부터 민간주도 방식으로 창업 벤처 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3,153억 원에 달하는 민간제안펀드 신설과 2,500억 원 규모 모태펀드 추경 출자, 1,042억 원 규모 소셜벤처펀드 신설 등을 통해 벤처투자와 펀드조성, 투자회수 등 모든 분야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올렸다.
<테슬라 상장(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제도 도입(2017)>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는 사실상 매출이 전무했던 설립 첫해, 2003년에 오로지 혁신성만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정부도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으로 초창기 혁신기업이 자금 조달에 실패한다는 반성 하에, 2016년 10월 금융위원회는 상장 주관사(IB)가 성장성 있는 초기기업을 발굴해 상장시킬 수 있도록 ‘테슬라 요건’을 상장요건에 추가했다. 시가총액 500억 원 이상이고 직전 매출액 30억 원 이상이며 직전 2년 평균매출 증가율 20% 이상인 기업 또는 시가총액 500억 원 이상이면서 공모 후 PBR(주당순자산가치 대비 공모가) 200% 이상인 경우 ‘테슬라 요건’으로 코스닥 상장이 가능해졌다.
2017년 12월 한국 최초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상장 요건)이 적용된 ‘카페24’가 상장심사 승인이 완료됐고, 2018년 2월 테슬라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벤처기업의 등장 : 크래프톤,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16년 만에 재개된 VC 상장>
벤처캐피탈의 중흥을 상징하는 사건은 TS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를 필두로 16년 만에 재개된 VC 상장 릴레이다. 2016년 12월 15일 TS인베스트먼트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이는 2000년 우리기술투자 기업공개 이후 창투사로서는 16년만에 상장한 것으로 ‘1차 벤처붐’ 이후 한국 벤처캐피탈 산업이 한 단계 높은 차원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또한 같은 해 12월 19일 DSC인베스트먼트도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이전부터 DSC인베스트먼트는 VC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지분을 전 직원이 나눠서 보유한 점,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60% 이상을 초기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카카오, 신라젠, 아미코젠 등에 투자해 성공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벤처캐피탈이 2016년 전까지 16년 동안 이렇다 할 상장 소식이 없었던 이유는 과거 제일창업투자, 무한투자 등 일부 VC의 불안한 수익구조와 불공정거래 전력, 코스닥 퇴출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TS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도 희망공모밴드보다 한참 낮은 수준의 공모가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각 후보마다 국정 아젠다로 거론된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면서 VC 업계에 다시금 훈풍이 불었고 2017년 1분기 주가 기준 TS 인베스트먼트는 79.62%, DSC인베스트먼트는 160.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TS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그 뒤를 이어 린드먼아시아, SV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VC 회수시장 활성화가 이어지고 있다.
6장. 벤처투자, 이제는 미래로 30년(2019~)
1981년 한국기술개발금융회사 설립을 기준으로 올해(2021)는 한국에 벤처캐피탈이 도입된 지 40년을 맞이한다. 자본시장이 발전한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한국 벤처캐피탈의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양적인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한국 벤처캐피탈 시장이 보여준 역동성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1981년 이후 경제성장과 맞물려 확대되던 벤처캐피탈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벤처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2002년 당시 역대 최대 규모 벤처 붐을 이끌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IT 버블이 꺼지면서 그 여파가 한국에도 미쳤고 이후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2014년까지 벤처 붐 당시 규모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로 한국 벤처캐피탈은 매년 양적인 측면에서 신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의 벤처캐피탈 산업에 대한 든든한 서포트도 한몫 단단히 했다. 2020년에는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촉법)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였다.
국내 벤처캐피탈 회사 형태 중 하나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의 설립 근거가 된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이 과거 86년도 제정된 이후 약 35년 만에 벤처캐피탈산업 고유의 첫 법률 제도가 탄생하게 됐다는 점에서 중소벤처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됐다.
벤촉법 출범으로 제2 벤처붐 확산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그간 여러 기업 관련법들에 산재해 있던 벤처투자 법령의 통합 및 일원화, 벤처조합의 투자의무비율 완화 등을 통해 민간 출자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 확립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선도를 위해서,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하고 자생력 있는 민간 출자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민간 모태펀드, 중간회수 시장 활성화와 같이 혁신 생태계의 고도화가 이루어질 때, 더 많은 고성장 혁신기업인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벤처캐피탈이 국가 경제와 산업을 혁신하며 우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