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M&A 전문 운용사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면서, 최근 바이오 투자 하우스로도 명성을 높이고 있는 TS인베스트먼트. VC 설립 8년 만에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코스닥에 상장시켰으며, 최근 어려워진 시장상황에서도 활발한 펀드레이징을 해나가고 있는 김웅 대표이사는 지난해 '2023벤처창업진흥 유공 포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화려한 이력과 달리, 그의 화법은 유창하지 않았다. 담백하면서도 겸손하고,또 조심스러웠는데 '안정적인 체력을 바탕으로 확장성을 실현하는 곳에 투자한다'고 알려진 그의 스타일을 잘 말해주는 듯했다.
Q. 독자들에 대한 인사와 함께 대표님의 커리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TS인베스트먼트 김웅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4년 동안 근무하면서 주로 M&A(인수합병) 업무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회계법인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고민한 끝에 친구들과 인터넷 기반의 증명사진 촬영·인화기를 공급하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는데요. 사업 투자를 받으려다가 벤처캐피탈을 알게 됐습니다.이후 사업을 정리하고 2001년 이캐피탈에 입사해 벤처투자팀장을 맡았고, 그 해 가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이직해 M&A 펀드와 투자업무를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2월에 TS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해서 16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설립 초부터 M&A나 세컨더리 투자에 집중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로 출발했습니다. 저는 M&A 펀드를 주로 운용했었고, 제 대학 친구이자 현재까지 회사를 같이 운영 중인 김영호 CIO(최고투자책임자)는 KTB네트워크에서 구조조정 투자부문을 주로 담당했기 때문인데요. 설립한 지 2년 뒤 환경이 바뀌면서 벤처캐피탈로 업종전환을 하게 됐을 때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야 ‘루키리그’도 있지만, 당시에는 규모가 크고 업력이 오래된 회사들이 주로 운용사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했던 거죠. 또 중소벤처기업에 M&A 니즈가 커지고, 관련 시장 규모가 확대될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고요. 마침 우리가 구성한 1호, 2호 조합이 M&A 관련 투자였고, 3호도 한국벤처투자로부터 블라인드 운용사로 선정돼서 M&A 펀드 운용을 계속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저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중소벤처 M&A 분야에 특화된 펀드를 많이 운영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누적 AUM 1조 원 달성 배경으로 ‘본질적 가치에 집중한 장기 투자’를 꼽으신 바 있는데요.
대표님의 투자 철학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펀드를 운용해서 투자자와 주주들까지 모두의 이해관계를 잘 일치시키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게 저희의 투자 철학입니다.당연히 수익성과 안정성 모두 중요하지만, 둘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두는 편입니다. 현재 TS인베스트먼트는 M&A 투자와 일반 벤처투자를 5대5의 비율로 하고 있는데요. M&A 투자의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안정성을 우선 고려한 후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또한 일반 벤처투자도 미래산업 등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해서 유망한 기업들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꾸준히 지속하다 보면 수익성도 같이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하반기 시장 전망과 함께 TS인베스먼트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요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출자자들도 기회비용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에쿼티보다는 론에 투자하는 게 더 수익이 높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VC 출자를 주저할 수 있습니다. 스트럭처가 짜여진 M&A 딜이나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는 딜, 즉 안정성을 갖추면서도 기본 수익률이 괜찮은 곳에 출자를 많이 하는 편이고요. 또한 정부의 정책자금은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민간 매칭이 어렵다보니 운용사 간 경쟁이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 발전을 위해 벤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는 계속 이뤄져야 합니다. 통계적으로도 VC는 수익률이 높아서 대체투자를 하기에도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내년쯤 주식시장이 호전되고 금리도 안정되면 VC 출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에 맞춰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높이고 실수 없이 해나가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 TS인베스트먼트도 꾸준히 투자하고, 꾸준히 잘 회수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Q. 최근 바이오 분야에 집중 투자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바이오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바이오 특화VC들도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시장 섹터로 놓고 봤을 때 바이오 부문은 성장 가능성이 높고, 언젠가는 사이클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펀드의 일정 부분은 반드시 담고 가면서,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요즘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받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에서 TS인베스트먼트가 이 부문에 꾸준히 투자한다는 소문을 듣고 투자유치 문의가 많이 오는데요. 저희 회사 내에 이 분야의 전문 투자 인력들이 서로 호흡 맞춰서 굉장히 잘 해주고 있다 보니,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어떤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시나요?
M&A나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은 투자 금액이 일반 벤처투자에비해서 큰 데다 엑시트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잘못됐을 때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죠. 따라서 ‘의미 있는 수익을 잘 낼 수 있느냐’를 많이 고민합니다. 바이아웃의 경우 회사가 시장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시장 내에서 좋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지, 우리가 그 회사의 밸류업을 잘할 수 있는 분야인지, 밸류업을 잘할 네트워크를 우리가 가졌는지 등이 매우 중요하죠.
또한 SI(전략적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인가를 면밀히 고려하는데요. SI가 회사를 인수하고 우리가 FI(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성장성’을 많이 봅니다. SI들은 주로 경영 능력이 뛰어나고 재무적으로 안정된 회사로서, 성장 동력이나 수평적·수직적 확장을 위해서 인수를 하거든요. 따라서 SI가 이 회사를 잘 키워줄 수 있을 것이냐, 향후 어떤 방식으로 회수할 것인가를 보면서 M&A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Q. 중소벤처 M&A 전문 운용사로서 네트워크도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네트워크는 크게 딜소싱, SI, 인력 네트워크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딜소싱입니다. 처음부터 우량한 딜이 들어와 줘야 좋은 데서 출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중소벤처 M&A 운용사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TS인베스트먼트가 전문 운용사로 자리잡다보니 좋은 딜 소싱이 잘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SI 네트워크인데요. 바이아웃 투자보다는 SI와 함께 했을 때 성과가 더 좋고, SI와 피인수 기업 모두 윈-윈하는 그림이 잘 나온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경우 SI 풀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회사는 2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 모여 있다보니 SI 풀과 더불어 바이아웃 시 인수 회사를 경영할 전문 인력풀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실제로 코아스템, 티젠, 공구우먼, SAT, 씨싸이트, 프리드라이프 등 성공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Q. VC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말씀해주세요.
‘처음’이라는 말이 들어간 순간들, 예를 들어 회사를 설립하고 직원을 처음 채용했을 때, 처음 펀드를 만들어 해산하고, 처음 상장을 했을 때, 펀드 단위로 천억을 달성하고, 누적 1조 원을 넘겼을 때 등 처음 순간은 모두 뿌듯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좋은 인력들이 하나둘씩 와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되고 기뻤던 것 같습니다. 반면 힘들었을 때는 투자에 실패했을 때, 그리고 좋은 뜻을 가지고 함께 일했다가 한 명, 두 명 떠나는 사람이 생겼을 때입니다. 누군가를 만나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장 즐거웠고, 중간에 헤어지게 됐을 때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Q. 어떤 VC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24년 정도 벤처캐피탈 업계에 있으면서 저는 M&A를 많이 해왔지, VC 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낸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다만, 이 업계에서 작은 일이라도 하나 했다고 한다면 바로 상장인 것 같아요. 당시에는 자본금 요건이 커서 벤처캐피탈 회사를 설립하기도 쉽지 않았고, 엑시트 모델이 없다 보니 투자도 받을 수 없었죠. 그런데 저처럼 심사역에서 시작한 사람이 회사를 만들어서 키우고 상장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겼던 것 같아요. 그 뒤에 독립계 VC들이 많이 생겨났거든요. 우리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듯 VC들도 투자를 받아 상장을 하는 선순환이 생긴 건데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업계 발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습니다.
Q. 업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워낙 우수한 인재들이어서 특별한 조언이 필요할 것 같진 않은데, 두 가지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첫째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VC업계에 들어와서 어느 순간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게 되면서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가면 투자뿐 아니라 네트워크나 영업력도 매우 중요해지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또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트렌드를 감지하거나 미래 예측도 잘 해야 하니 호기심을 많이 갖길 바랍니다. 더불어 TS인베스트먼트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