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PEOPLE
시대의 큰 흐름을 읽는 선구안으로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는 VC
스틱벤처스 정근호 대표이사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인데, 스틱벤처스 정근호 대표이사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이 말이 떠올랐다. 분사 5년 만에 스틱벤처스를 ‘베스트 이노베이티브 하우스’ 반열에 올린 그가 가장 중시하는 건 ‘철저한 분석과 평가’였다. 그저 운에 맡길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데 포인트가 있다. 이와 함께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는 선구안’을 강조한 그가 요즘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야는 어디인지도 들어보았다.
Q. 어문학 전공자임에도 전산개발부터 PE, VC까지 다양한 분야를 거친 경력이 눈에 띕니다.
저는 대학에서 불어불문학과 전공 경제학 부전공을, 대학원에서 경영학(회계학)을 전공했습니다. 1991년 신한은행에 입사한 후 전산개발 분야를 자원해서 2년간 일했고 신한생명에서 6년 넘게 주식·채권투자를 했습니다. 1999년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창립 멤버로 참여해 미국사무소개설과 국내·해외펀딩, 관리업무를 했고 중국, 대만, 베트남, 홍콩 등의 해외사무소 개설, 해외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또한, 2009년에는 투자본부로 복귀해서 2년 정도 PE 투자를 하다가 벤처투자를 담당하게 됐는데요. 2018년 스틱벤처스가 독립했을 때 CIO를 맡았다가 2년 반 전부터 CEO로서 현재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Q. 단맛, 쓴맛을 다 준 ‘인생 딜’을 소개하신다면?
성공한 딜로만 이야기하자면 최근 유동주식을 13배 정도의 배수로 매각했던 코셈과 8.6배 정도로 엑시트를 했던 셀리드가 있고, L&C바이오도 4.2배 엑시트를 했는데 그 후 밸류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그밖에 솔트룩스, 야나두, 헥토이노베이션, 동운아나텍, 포시에스 등이 성공한 딜이라고 생각해요.

성공은 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딜은 JNTC입니다. 스마트폰 강화유리 제조회사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회사가 됐죠. 초기 투자 때는 커넥터를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으로 납품하면서 수익성이 높았는데, 신규 사업으로 강화유리에 뛰어들었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저희가 2009년부터 2년간 211억 원 투자했어요. 하지만 첫 개발이다 보니 여러 공정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했고 그걸 개선하는 기간이 꽤 오래 걸렸죠. 결국 성공해서 시가총액이 8천억 원 정도에 이를 만큼 큰 회사가 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금이 고갈되기도 했고 그로 인한 갈등도 많이 겪었어요. 기업이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굉장히 많이 배웠던 ‘인생 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대표님의 투자 원칙 세 가지를 꼽는다면요?
첫 번째는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자’입니다. 그래야 성공확률이 높으니까요. 저는 은행과 스틱에서 전산개발을 해봤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레퍼런스를 잘 찾고 평가도 잘할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대표와 팀워크가 잘 맺어진 기업에 투자하자’입니다. 대표 단독으로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는 운영 전반의 팀워크가 잘 세팅된 기업들을 눈여겨봅니다. 세 번째,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완수해낼 분들에게 투자했을 때 성공확률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Q. 대표님을 가장 놀라게 했던 창업자는 누구일까요?
헥토이노베이션(구 민앤지)의 이경민 대표입니다. 휴대폰 개인인증 서비스로 연평균 약 200억 원의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키웠고, 가상계좌업체를 인수해서 상장시켰는데 여기서도 연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이 나오죠. 현재 토스가 여러 금융솔루션을 만들어서 서비스하듯, 7~8년 전 헥토가 그런 역할을 한 건데요. 토스와 달리 헥토는 큰 수익을 올리잖아요. 큰 창의력을 갖고 금융솔루션 분야에 새로운 서비스들을 창조해낸 기업인이라고 생각해요.
Q. ‘될성부른 나무’는 어떤 기업인가요?
매출과 수익, 아이템 등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고 밸류가 낮다면 저는 즉시 투자를 결정합니다. 코셈을 예로 들어볼게요. 코셈이 처음에는 주사전자현미경을 만들었는데, 당시에 약 60억 원 정도 매출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140억 원의 매출 중 70%를 해외 수출을 통해 실현하고 있는데, 당시 밸류가 200억 원 아래였기 때문에 바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물론 이 회사가 너무 자신만만해서 기술성평가를 두 번이나 떨어지긴 했지만(웃음), 매출과 수익이 다시 상승하면서 기술성평가를 통과했고 IPO까지 갔습니다.
Q. VC의 관점에서 어떤 분야, 어떤 국가를 관심 있게 보고 있으신가요?
‘인공지능이 언제 어떻게 스트롱 AI로 진화할 것인가’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기간이 계속 당겨지고 있어요. GPT3에서 GPT4로 가는 게 1년이 안 걸렸고 GPT5 출시는 6개월 정도를 예상하더라고요. 스트롱 AI가 되면, 지능은 인간과 비슷하더라도 지식이 방대하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과 추론을 할 수 있게 돼요. 또한, AI가 로봇과 결합하면 사람처럼 사물을 인식하고 사람 명령 없이도 자율적으로 움직이죠. 칩조차도 AI가 직접 설계할 수 있을 테고요. 따라서 AI를 이용한 로봇 분야도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주목하는 국가는 미국입니다. 음악, 영상, 법률 등 모든 AI 분야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AI 응용 솔루션 기업들, 그리고 이 솔루션을 파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업들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와 더불어 미국의 LLM(거대 언어 데이터 모델) 등이 확산됐을 때 우리나라가 거기에 종속되지 않도록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을 한국에서도 발굴해서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리스펙하는 VC를 꼽아주신다면요?
독자분들이 흥미 있게 들으실 수 있도록 투자수익 측면, 즉 성공한 VC를 국내외에서 각각 꼽아볼게요. 먼저 해외 VC는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입니다. 그는 많은 기업투자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특히 시대의 큰 변화에 따라 테마를 바꿔왔어요. 1970~1980년대 테크놀로지 위주의 성장시대에는 컴팩 등 컴퓨터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해서 성공했고 2010년대까지는 인터넷과 모바일기업에 주목하면서도 ‘O2O(온·오프라인 통합)’의 흐름에 따라 아마존과 구글에 투자했죠. 기술적 허들보다는 사업아이템으로 얼마나 큰 혁신을 일으키느냐, 잘 전개해나가느냐를 성공 요인으로 본 거예요. 또한, 2010년 이후로는 기후변화, ESG로 투자 방향을 선회했는데요. 이렇게 벤처캐피탈도 시대의 흐름에 적절한 테마를 짚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내 VC는 알토스벤처스의 한킴입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근무할 때 그를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는 성공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O2O 흐름에 맞춰 플랫폼 기업에 투자해서 성공했죠. 쿠팡, 직방, 배민, 토스, 당근마켓, 크래프톤까지 매우 훌륭한 기업들을 잘 선별했어요. ‘초기기업들이 가장 투자받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알토스벤처스이기도 하고요.

한편, 이와는 좀 다른 의미로 존경하는 분은 스틱인베스트먼트 도용환 회장님입니다. 신한생명에서 직장 상사로 만난 이후 31년째 같이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창업자는 처음 봤습니다. 젊은 시절과 마찬가지로 한결같거든요. 또한 ‘사회에 기여하고 타인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시면서 이를 솔선수범하시고, 청렴하게 생활하시는 부분까지 존경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성공할 수 있는 VC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VC로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도 알려주세요.
발굴보다는 분석을 잘하는 VC요. 정확하게 판단하는 사람은 실패할 확률이 더 적거든요. 한정된 시간 속에서 100건을 발굴하는 것보다 10건을 발굴하더라도 레퍼런스 체크 등을 통해 철저히 분석하고 평가를 잘 내리는 게 중요하죠. 또한, 기업의 성공스토리를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새로운 문물에 대한 적응이 빠른 분들이 벤처캐피탈 업계에 적합한 것 같아요.

사실 기업의 성공패턴이 너무 다양하잖아요. 우리는 CPA처럼 재무제표만 갖고 경직되게 판단할 수 없으니,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다양한 성공 요인들을 생각해내야 하는 거죠. 5년 후의 미래까지 상상하면서 분석,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존 도어가 그랬듯 시대의 변화 기류를 초기에 캐치하고 그에 맞게 전략적으로 회사 자원을 드라이빙한 후 선투자하는 VC, 좋은 리더를 가진 초기 기업들을 만나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는 VC가 롱런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어떤 VC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시대의 큰 흐름이 바뀔 때 빨리 감지하고 그 흐름 안에서 어떤 산업이 주력 업종이 될 것인가를 탑다운으로 발굴해 온 사람, 그런 업체들에게 꾸준히 투자하려고 열심히 노력해온 사람, 그런 투자를 중시하는 VC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끝으로, 미래 VC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업의 성공 요인은 매우 복잡 미묘해요. 하지만 분석이 부족해서 실패하면 정말 뼈아프죠. 열심히 레퍼런스 등을 체크해서 재무나 펀딩 상의 문제, 경영진 간 불화, 납품처의 부실 등 부정적 요인들을 짚어낸다면 실패를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세세한 것들까지 다 검토하고 대비한 다음, 나머지는 운에 맡긴다는 심정으로 임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업계가 VC 분야인 것 같아요. 따라서 그런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우수한 인력들이 업계에 많이 들어와서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큰 보람도 느낄 수 있고, 훌륭한 벤처 CEO들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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