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해소되기 시작한 2022년부터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인플레이션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전 세계 공급차질과 생산-소비 및 재고수요 증가, 그리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 복귀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2021년 말부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음식과 에너지 부분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세했으며, 2023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소비수요가 회복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 등이 크고 빠른 금리인상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출 및 채권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금리상승은 실물경제에 있어서는 소비와 투자를 제한하고, 금융시장에 있어서는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및 자산 가격의 조정 요인으로 작용해 동시 부담이 된다. 2024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전망 역시 인플레이션과 금리변동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리-인플레이션 (Re-Inflation : 인플레이션의 재발)의 시대
세계은행이 전 세계 단위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산출하기 시작한 1961년 이후 전 세계 경제의 장기추세는 1.
1960~1980년대의 구 경제(Old Economy), 2. 1990년대~2010 년대의 신 경제(New Economy), 3. 2020년대 이후의 새 경제 (Next Economy)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대체로 21세기를 기점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전 세계 교역이 구축된 구 경제, 인터넷의 발전을 통해 디지털 재화와 서비스 및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전세계 디지털-모빌리티 인프라가 구축된신 경제로 구분한 것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디지털-모빌리티 경제가 더욱 가속되어 새로운 국면으로 구분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세계 경제의 장기추세의 세 국면 가운데,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의 장기적인 추동이 전개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 경제의 국면 구분
자료: World Bank, IMF 주: 1961~1979년 전세계 인플레이션은 산출되지 않아 OECD 전체 회원국 데이터로 대체. 2023~2028년 데이터는 IMF WEO 2023
10월 전망치
1. 1960~1980년대 구 경제 시대에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가 있었고,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다. OECD 전체 회원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15.5%로 가장 높았던 1974년 이후 1983년까지 10년 물가상승률은
무려 연평균 11.9%였다. 이 시기에 전 세계 경제는 1974~1975년, 1980~1982년 경기침체를 겪었다. 이를 1) 오일 쇼크-스태그플레이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2. 1990~2010년 신 경제 초기 시대에는 크게 두 가지의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 초에 소련이 해체되면서 미국-서유럽과 동유럽-소련 간 냉전이 종식되었다. 서서히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이 1995년 세계자유무역기구(WTO : World Trade Organization)에 가입한 것이다. 중국이 저가생산물을 세계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미국은 IT에 대한 투자로, 2000년대 중국은 수출로 비교적 긴 경제호황을 구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높지 않았다. 이를 2) 자유무역-골디락스(Goldilocks : 금(Gold)과 머리카락(Lock)을 합성해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상태를 일컬으며, 고성장 속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 경제 상황을 의미)로 구분할 수 있다.
3. 신 경제 후기 2008~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만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이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직접 공급하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를 실시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대량실업과 장기간 수요감소가 진행되면서 인플레이션이 한층 낮아졌다. 이를 3) 금융위기-디스 인플레이션(Disinflation : 물가는 상승하지만 그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4. 우리가 기억하듯 2020년 이후 새 경제 시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 초기에는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로 일시적인 디플레이션(Deflation :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경기부양을 실시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를 강화했다. 경기와 수요가 회복되면서 디플레이션을 방어하고 인플레이션을 유지시켰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동안 경제주체들의 대응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재화에 대한 상시수요 이외 재고수요를 늘렸다. 대면활동 제한으로 노동과 서비스에 대한 공급이 감소해 임금과 서비스 가격이 상승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재화와 노동,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달라진 경제주체들의 대응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유지되었다. 재화와 서비스, 노동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요인이 상승한 것이다. 이를 4) 코로나19 팬데믹-리인플레이션 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앞선 세계 경제의 장기추세의 국면과 인플레이션 시기를 볼 때, 전환된 국면과 인플레이션의 양상은 비교적 길게 유지된다. 현재 인플레이션 관점에서 볼 때, 4) 코로나19 팬데믹-리인플레이션 시기에 나타난 변화들이 2) 자유무역-골디락스, 혹은 3) 금융위기-디스인플레이션 시기로 돌아갈지 불투명하다. 이러한 까닭에 2024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인 안정화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유지, 또한 재발 등이 우려된다.
2024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리스크 살피면서 투자 원칙에 입각한 의사결정 요구
2024년 전 세계 및 주요국 실물경제 성장은 부진할 전망이다.
2023년 10월 발표된 IMF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2024년 전세계 2.9%, 미국 1.5%, 중국 4.2%, 유로 1.2%, 한국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 그러나 이는 인플레이션 안정과 경기 연착륙에 기반한 다소 낙관적인 시각이며, 월가를 비롯한 금융시장 전망 기관은 성장률 전망은 IMF보다는 대체로 낮다. 인디코노미스트는 2024년 전 세계 2.5%, 미국 1.2%, 중국 4%, 유로 1%, 한국 1% 성장을 예상한다. 3
2024년 전 세계 및 주요국 경기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한국은행 등은 높게 유지될 인플레이션 위험을 단기간 해소하기 어렵다. 따라서 2024년 상반기까지는 현재까지 빠르게 높게 올린 미국은 5.5%, 유럽은 4.5% 이상을 유지할 전망이다. 일본은행은 장단기 금리 목표 각각 -0.1%, 0.0% 밴드를 인상할 수 있고, 한국은 미 연준의 금리정책 및 국내외 인플레이션 여건에 따라 3.5% 이상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금융시장의 긴축적인 유동성 조건으로 작용해 고금리 여건을 지속시킬 요인이 될 것이다.
2024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여건은 기업가치 평가는 하향될 것이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기업의 비용이 상승해 기업실적 부진이 예상되며, 자기자본 및 타인자본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운영자금 및 장기투자의 자본조달 필요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은 세계와 한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중요한 분수령임이 분명하다. 상당 기간의 불확실성을 인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기간을 지나 상황이 개선될 때, 혹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때라도 더 나은 결정과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닥쳐진 위기를 극복해 내는 과정 자체가 기회 요인으로 변모할 수 있다.
불확실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여건에서 투자자들에게 하는 조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자신의 신념과 투자 철학을 지킬 수있는 핵심 자산은 유지하되 나머지를 줄여 현금을 확보해라. 둘째, 핵심 자산 이외 배분과 운용은 단기 반등 시 수익을 실현하고 손실 확대 시 손절매를 실행하는 원칙을 철저히 지켜라. 셋째, 레버리지(Leverage : 차입 및 부채를 통한) 투자를 키울 때는 아니 다. 이자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넷째, 듀레이션(Duration :
투자의 원금 회수 예상 기간)을 늘릴 때는 아니다. 장기의 투자회수 기간이 예상되는 자산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2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23 Oct. https://www.imf.org/en/Publications/ WEO/Issues/2023/10/10/world-economic-outlook-october-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