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People

동네 형님이
들려주는 벤처캐피탈
이야기보따리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정현

2023_01 vol.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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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형님처럼 누구나 편하게 와서 얘기를 나눌수 있는 VC가 되고 싶다는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김정현 대표는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시간을 벤처캐피탈과 함께 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을 동료들과 함께하며 농축되고 알찬 엑기스만 담아놓은 김정현 대표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 김정현 # 투자 # VC

Q. 구독자분들께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 회사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VC Discovery 독자 여러분. 저는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의 김정현 대표입니다. 저희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 헬스케어를 전문으로 투자하여 4천억 원이 넘는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희 하우스가 저를 포함해서 8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임직원 간의 팀워크와 신뢰, 배려를 바탕으로 업무 효율을 최대한 극대화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율적인 근무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책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올 한 해 목표로 하는 점과 소망이 있다면요?
특별하게 큰 소망을 품은 것은 없습니다. 대신 소박한 소망 두 가지를 품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지내오다 보니까 어느덧 환갑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뉴스타트’라는 모토를 잡고 새롭게 출발하고자 합니다. 지난 60년이 제 의지와 관계 없이 제 주변 환경이나 제가 처한 사회에 순응하면서 살아왔던 시절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시작되는 올해부터는 제 의지와 판단에 따라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패기와 열정을 다시 한번 재충전하고 리셋하는 한 해로 올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팍팍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좀 더 사랑을 실천하는 한 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조금 유치할지도 모르겠지만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고 전화를 많이 드려보려고 하는 등 가볍게 실천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기부금을 내거나 봉사 활동 등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Q. 벤처에 입문한 2000년대 초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2000년대 초는 얼떨결에 길에 가다가 날벼락 맞은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벤처산업이 1990년대 말에 본격적으로 떠오르면서 그 당시 코스닥에 한 번 상장되면 30일씩 상한가를 맞던 그런 일들이 벌어지던 시절 이었습니다. 그런데 빨리 달아오른 재가 빨리 식는다고 2000년대 초 벤처 버블론이 급부상되면서 시장이 급락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제일제당에서 재직하다가 일을 그만두고 벤처 업계에 입문하던 시기였는데 그대로 날벼락에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입니다. 코로나가 심화되면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위기가 찾아오며 다들 당황해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때 조금이라도 미리 준비해두고 대처 방안을 모색해둔 기업들은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하며 강자로 우뚝 서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본 시장도 2000년대 초에 비해 볼륨도 커지고 많이 성숙해져 있어서 기업과 자본 시장이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간다면 이 어려움도 슬기롭게 이겨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벤처 업계에서 배운 변하지 않는 진리는 벤처캐피탈은 원래 혹한기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호황기 때는 회수를 많이 하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 기회가 된다면 지난 3~4년간 가치가 많이 높아졌던 기업 투자에 다시 눈을 돌리고 오히려 시장에 맞는 적정한 기업 가치로 투자처를 발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는 그런 기회들을 다시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곳간 생각을 하면 아주 참담한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벤처 업계에서 일하는 모두에게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하기보다 저희가 한 발자국 더 움직여야 합니다. 이런 혹한기에는 모든 시스템이 프리즈 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하우스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서 얼어 있는 부분을 녹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임직원들이 현재 자기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통해 저희를 잘 아는 LP나 SI 업체 들과 계속 만나서 다시 새로운 펀드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하고 있습니다.
벤처 업계에서 배운 변하지 않는 진리는
벤처캐피탈은 원래 혹한기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Q. 대표님의 최고의 투자는 무엇인가요?
저는 인생 최고의 투자는 각자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투자했던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해당 업계에서 거의 탑의 자리에 올랐던 두 건이 생각납니다. 첫 번째는 한국 바이오테크의 알테오젠 투자 건입니다. 한국 바이오테크 역사상 최초로 4조 원 이상의 라이센싱 아웃을 성공시키면서 지금까지도 계속 후속 딜을 만들어가고 있는 알테오젠이 글로벌 바이오테크로 성장하는데 제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게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티오젠이 글로벌 바이오테크로 우뚝 설 때까지 옆에서 계속 조력자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조금 생뚱맞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2005~06년도 어려웠던 시절에 투자조합을 만들어서 투자하다 보니 영화 투자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 영화에 투자를 진행했었는데 그 영화가 바로 2006년에 나온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었습니다. 당시 괴물은 국내에서 생소했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던 작품이라 엄청난 돈을 들여서 호주의 CG 기술을 투입해 만든 대형 블록버스터 작품이었는데요. 대형 투자가 필요하다 보니 국내에 큰 벤처캐피탈들과 많은 협의가 이뤄지고 있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몸담았던 회사가 영화 투자에서 메이저한 벤처캐피탈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인 관심으로 영화 투자를 눈여겨보고 있다 보니 괴물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투자의 마지막 조율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우리나라 영화사의 큰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작품에 벤처캐피탈들이 선도적으로 투자해서 이끌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은 금액이지만 덜커덕 투자를 확정 지어버렸습니다. 투자 당시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원망의 소리를 많이 듣기도 했는데 다행히 조율이 잘 이루어지면서 투자도 잘 이루어졌고 영화 괴물도 2006년 이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첫 번째 작품이 되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2019년에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되었을 때 2006년 당시 저의 우발적인 도움이 밑거름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Q. 어떤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롱런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벤처 업계에 들어와서 10년 차까지는 이런 얘기를 하기 어려웠는데요. 그래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걸 보다 보니 어느 정도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게 많고 저보다 훌륭하신 선배님들의 많은 경험이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자면 4개의 자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호기심과 도전 정신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자기 일을 스스로 찾아서 만들고 해내야 하는 1인 기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무적이고 제도권 안에서 움직이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설계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성실하고 근면하고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깥에서는 벤처캐피탈리스트하면 테이블에 앉아서 페이퍼웍하고 분석만 하는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반대 상황이거든요. 완성되지 않은 기업 또는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그 기업과 동고동락을 해야 하면서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실하고 인내심 있게 실제 현장을 누비면서 시간을 보낸 심사역은 자기가 맡은 포지션에서 주역이 되었을 때 큰 능력을 보여주며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세 번째는 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벤처투자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이런 판단력과 순발력은 보통 경험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선배들에게 질문하고 자신이 투자했던 사례들을 쌓아가며 좋은 심사역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사람을 사랑하고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투자받으러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평생을 거기에 걸고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은 엄청난 자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배우는 한편, 부족하고 어려운 부분은 채워주며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벤처캐피탈리스트의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초대할 때도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심사역들이 꾸준히 투자의 일선에서 좋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Q. 대표님은 어떤 VC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주변 사람들이 아무 때나 편하게 와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동네 형님 같은 그런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부모님이나 친형제에게 말하기 어렵고 애매한 것들도 동네 형들에게는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 것처럼 벤처기업에 있는 분들이나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동료들, 저와 만나는 모든 분이 저에게 와서 어려운 이야기도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가끔 얘기를 들으며 고민도 같이하고 때로는 씩씩거리기도 하고 도와줄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뛰기도 하면서 덕분에 고민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많은 분이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네 형님 같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계속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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