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회원사 그리고 협회 임직원 여러분,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제16대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어 크나큰 영광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아직 부족한 저에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신 회원사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지난 2년간 위축된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투자 생태계 확장과 협회 외연 확대에 힘써주신 윤건수 전임 회장님의 노고에도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윤 회장님은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대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 첫발을 내딛으셨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과 민간 모태펀드 출범 등 민간 주도의 벤처투자 시장 조성, 그리고 국내외 저변 확대 및 VC 위상 제고 등의 빛나는 성과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그리고 기술세미나를 신설해 회원사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내면서 공부하는 협회, 참여하는 협회로 분위기를 일신했습니다.
저는 그 노력과 성과를 이어받아 더욱 발전된 벤처캐피탈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회원사 그리고 협회 임직원 여러분,
1998년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직후 약 2천 개에 불과했던 한국 벤처기업이 현재 약 4만여 개로 증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벤처캐피탈은 많은 혁신 기업을 육성하며 벤처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의 약 2/3 정도가 벤처캐피탈에게 투자받은 기업이고,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국내 평균 대비 약 12배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벤처캐피탈이 보이지 않는 최전선에서 한국경제의 혁신과 중장기 발전을 묵묵히 견인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재 불확실한 대외 여건과 한국경제 성장의 둔화로 벤처투자업 역시 방향성을 잠시 잃은 채 정체된 상황입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위기의 원인을 신속히 파악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위기를 타개하는 해답은 바로 최고 수준의 벤처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에 있습니다.
민간 자본이 자생적으로 풍부히 유입되는 건전한 벤처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을 보면 ‘혁신기업’이 16개로 절반이 넘고, 이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30위권 전체 시총의 70%를 넘습니다.
전 세계가 잘 아는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닷컴, 메타, 테슬라가 1등부터 7등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7개는 물론이고 16개 혁신기업 모두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미국경제를 이끄는 가장 큰 기업들은 뉴욕증시에는 하나도 상장되어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혁신기업이 국가 경제를 선도하고 기술주 시장, 벤처캐피탈 등 혁신기업의 참여자들이 생태계 성장의 중심 역할을 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한국 증권시장의 상위 30개 기업 중 혁신기업은 5개에 불과하며 시가총액의 비중도 약 17% 정도입니다.
5개의 혁신기업 중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단 한 개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혁신적인 기업가가 더 많이 나오리라 보십니까?
어느 나라에서 더 모험 자본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출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드릴 확률이 높겠습니까?
어디에서 더 민간 자금이 벤처생태계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저는 세계 정상급의 벤처생태계 조성을 지향하고자 다음과 같이 7가지 핵심과제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첫째,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시장의 유동성 공급 확대를 적극 건의하겠습니다.
코스닥 시장은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2000년에 약 7.1조 원 수준이었고, 2024년에 약 7.6조 원이었습니다. 그간의 경제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개장 초기와 큰 차이가 없는 실정입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80%인 단기 투기성 시장으로 변질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는 펀더멘털 투자자들은 소외되며 시장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민간 자본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연기금과 정책자금의 참여를 촉구하고, 코스닥 펀드 조성을 건의하겠습니다.
또한, 부실기업의 과감한 퇴출과 투자자 세제지원 등 제도개선을 통해 코스닥 시장의 질적 성장을 건의하겠습니다.
둘째, 회수시장 다변화를 통해 K-벤처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겠습니다.
벤처캐피탈 생태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글로벌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해외기업 투자, 역외 펀드 결성, 해외 출자자 유치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협회가 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우리 VC가 투자한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도 상장할 수 있는 다양한 Exit 경로를 개척하는 것입니다.
해외 상장에 필요한 정보 제공과 전문가 교육을 확대하고 해외 거래소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투자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습니다.
셋째, 예비창업자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우수 인력의 창업을 촉진하겠습니다.
훌륭한 기업가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어야 벤처생태계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협회가 마련해야 합니다.
높은 혁신성과 기술력을 갖춘 우수 인력이 과감히 창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협회에서 창업 스쿨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겠습니다.
넷째, 벤처투자 업계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를 개선하겠습니다.
벤처투자업은 혁신과 창의에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지만 운영사의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로 인해 획일적인 경영 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애로가 많습니다.
관행처럼 받아들여졌던 오랜 규제들이 직업 윤리 문제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벤처캐피탈이 경영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데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다섯째, VC업의 원활한 진출입 방안을 모색해 건실한 생태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이제 벤처캐피탈은 대형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모든 산업이 구조조정 기간에 들어간 어려운 환경에서 벤처캐피탈 역시 양극화 고민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장원리에 입각해 벤처펀드 운용업의 진출입이 원활할 수 있도록 협회가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여섯째, 출자 재원 확대를 위해 관계기관에 긴밀한 협조와 설득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민간 출자시장 확대를 위해 전임 회장님께서 불씨를 지폈던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완성해야 합니다.
주요 기금에 대해서도 벤처펀드 출자 근거의 미비점을 조사하고 법령 개정을 건의하겠습니다.
우리는 그간 우수한 수익률의 펀드 해산 실적을 보여 왔습니다. 정확한 데이터에 근간해 벤처펀드는 위험자산이 아니라 수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투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협회의 중요한 역할일 것입니다.
정확한 벤처투자 수익률 데이터와 지표를 기반으로 관계기관에 벤처투자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설득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분과 위주의 협회 운영을 통해 회원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여섯 가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세부 분과 위원회를 운영하며 회원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겠습니다.
벤처생태계에는 대형사, 중·소형사 모두 각각의 역할이 있습니다.
다양한 회원사의 의견을 빠르고 면밀하게 청취할 수 있도록 분과 운영을 통해 협회 활동 참여의 문호를 개방하겠습니다.
여러 회원사가 각 분과에 참여해 데이터를 다루고 정책을 도출해 건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겠습니다.
존경하는 회원사 그리고 협회 임직원 여러분,
벤처캐피탈은 벤처생태계의 중심입니다. 이제 우리가 벤처생태계의 주축임을 알리고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협회는 그 구심점이 되어 회원사 여러분의 에너지를 모으고 적은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우리 업계의 성숙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짧지 않은 기간 이어진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벤처투자시장의 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가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이번 경선은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졌다고도 생각합니다.
과거 추대 방식에서는 회장 개인의 역량이 리더십을 만들었다면, 경선을 통해 선출되면 회원사들이 직접 참여해 리더십을 부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생태계에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점에 맞추어 이번 경선은 시기적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회원사 한분 한분의 말씀과 조언을 늘 새겨듣겠습니다.
또한, 제가 가진 모든 역량과 경험을 발휘해 벤처캐피탈의 역할과 위상을 설파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과 함께 작금의 어려운 시기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같이 발 빠르게 뛰고 노력하겠습니다.
세계 일류의 벤처생태계는 제 임기 내 완성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협회 회원 모두가 그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갈 때, 제 임기 2년은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