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PEOPLE
혁신을 확산하는 얼리 어답터,
세상을 바꾸는 VC
카카오벤처스 김기준 대표이사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고안해 처음 하늘을 난 후 5년이 지나는 동안 세상은 이들의 혁신적인 도전에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고 한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를 발견한 뒤 10여 년 간 페니실린은 ‘쓸모’를 인정받지 못했고, PC 컴퓨터가 첫선을 보였을 때도 세간에서는 혹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나선 스타트업들을 극초기에 발굴한 뒤 다양한 네트워크와 투자 지원을 통해 혁신을 확산하고 있는 VC, 카카오벤처스 김기준 대표이사를 만나보았다.
Q. 취임 일성으로 ‘Beyond VC’라는 비전과 ‘글로벌’, ‘인사이트풀’이라는 전략 방향을 언급하셨는데요. 앞으로 카카오벤처스를 어떤 VC로 이끌어나가실 계획인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Beyond VC’는 완전히 새로운 얘기가 아닙니다. 기존에도 우리는 VC들이 하지 않는 일까지 뭐든지 찾아서 열심히 해왔으니까요. 올해 제가 대표직을 맡고 나서 ‘글로벌’과 ‘인사이트풀’로 방점을 찍고 가보자는 생각에서 다시 얘기하게 된 건데요. 먼저 ‘글로벌’에 대해 말씀드리면, 카카오벤처스는 그동안 투자-밸류업-회수-재펀딩이라는 VC의 사이클을 의미 있게, 성공적으로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글로벌, 특히 미국 시장에서도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입니다. 딥테크 영역은 최근 미국의 동향을 주시해야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인사이트풀’은 지식을 기반으로 토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가 되자는 의미입니다. ‘초기 투자는 사람을 주로 본다’는 말처럼 초기 팀의 의지나 모티베이션도 중요하지만, 해당 영역이나 업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다면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잖아요. 카카오벤처스는 초기 투자를 많이 하면서 그런 공부를 꾸준히 해왔고 내부에 많은 인사이트가 쌓였지만, 그게 외부에 공유될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었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이런 것들이 많이 전파되고, 공유되어 업의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했으면 좋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선언한 것입니다.
Q. 대표님의 커리어 소개와 함께 카카오벤처스에 오래 몸담으신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저는 인터넷 붐이 한창 일던 1999년에 30명 정도 되는 벤처기업에서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불과 2~3개월 만에 그 회사가 수천억 원에 상장을 해서 가치가 급등하는 걸 목격하면서, ‘창업’의 의미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죠. 그러다 잠깐 창업을 했었고 싸이월드에서 개발업무를, CJ그룹에서 신규사업 기획업무 등을 했는데요. VC 업을 알게 된 후 저의 창업 관련 경험들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가 카카오벤처스에만 12년 간 재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VC 경력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업계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과감한 담론을 던질 스타트업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카카오벤처스는 초기부터 그런 믿음이 실현될 수 있는 회사였고, 저도 그 믿음이 계속되도록 일해왔죠. 현재는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똘똘 뭉치다 보니까 계속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대표님께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인생 딜’, 신입 심사역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딜 사례를 각각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2014년에 ‘딥테크 영역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머신러닝이나 AI 기술이 복잡다단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줄 키워드라고 판단하고, 그걸 해낼 스타트업을 찾았을 때 처음 만난 회사가 루닛이었어요. 좋은 팀이라는 걸 확인한 뒤 과감하게 투자했고, 지금까지 제 믿음을 현실로 너무나 잘 만들어주고 계시죠. 얼마 전에는 재미있는 경험도 했어요. 저희 포트폴리오 회사에 후속 투자를 연결시켜드리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가 백승욱 루닛 창업자에게 레퍼런스를 얻길 바랬는데요. 레퍼런스 체크를 하고 난 뒤 ‘백 회장님이 그렇게 얘기할 정도면 투자하고 싶다’고 해서 실제 투자가 이뤄졌어요. 루닛이 초기 팀 2명이었을 때 시작된 인연인데 10년 후 이런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제게 굉장히 의미 있는 딜이 되었습니다.

‘용기를 드릴 수 있는 딜’로는 리벨리온을 꼽고 싶어요. 리벨리온을 만난 건 딥테크 영역에 투자한 지 5~6년 정도 지났을 때여서 해당 영역에 대한 믿음이 꺾여가던 시기였거든요. 그래도 AI에서 소프트웨어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하드웨어가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리벨리온의 창업계획을 듣고 첫 만남에서 강한 확신을 갖게 되면서 곧바로 투자를 제의했고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어느 영역에 대해 강하게 확신하는 바가 있다면 과감하게 믿고 투자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은 인사이트들을 통해 향후 좋은 딜을 많이 만나게 되실 것입니다.
Q. AI에 대한 투자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실 계획인지 말씀해주세요.
AI가 워낙 큰 덩어리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나눠서 키워드별로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임베디드 AI’와 같이 현실과 인터랙션하면서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해내는 기술들이 부각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얼마 전 유튜브 영상에서 피규어AI 로봇의 놀라운 모습들을 보셨을 텐데요. 이런 로봇을 포함해 자율주행, 스마트홈은 물론 제조현장에 AI가 적용돼 기존과는 확 달라지는 영역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영역들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AI가 더 높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예를 들어 IDC 전력이나 냉각 문제일 수도 있고, 한 차원을 넘어 차세대 반도체의 소재와 공정과 같은 얘기들까지 담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적극 투자해보려고 해요. 세 번째는 AI 애플리케이션인데요. 지금은 ‘군웅할거’의 시대지만 이 시기가 지나 ‘이게 국룰’이라는 느낌이 들면 세상의 문제를 그 AI로 풀어내는 시도들이 많아질 거예요. 저희가 모바일 영역에서 당근마켓을 시드 단계에서부터 투자해 지금까지 온 것처럼 AI를 활용한 서비스 영역에서도 그런 좋은 창업팀을 찾아나갈 예정입니다.
Q. 카카오벤처스는 ‘스타트업 사이에서 가장 투자받고 싶은 VC’로 꼽힌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창업자(팀)를 선호하시나요?
‘눈은 지평선 너머 엄청나게 멀리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발은 땅에 아주 딱딱하게 붙이고 있는 팀’을 원합니다.(웃음) 멀리 보는 시야를 가졌다는 것은 작은 수익모델 하나를 붙여서 단기적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기보다, 뭔가를 크게 비틀어서 세상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다는 것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이 땅에 딱 붙어 있다는 건 멀리까지 가기 위한 현실적인 고민들이 굉장히 많이 되어 있고, 그걸 뚜벅뚜벅 해나갈 역량과 경험을 갖춘 팀이라는 뜻인데요. 이 두 가지가 잘 조합된 팀을 가장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Q. 카카오벤처스의 초기 기업 발굴 및 투자, 지원, 밸류업의 가장 큰 특징을 꼽아주신다면요?
‘비욘드 VC’라는 말에 담긴 의미처럼 저희는 초기 기업 발굴과 지원에 필요한 많은 실험을 해왔고 그중 ‘베스트 프랙티스’들을 정착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VC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를 하나 꼽는다면 그건 ‘패밀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포트폴리오 회사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간다는 뜻에서 ‘패밀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패밀리의 대표님들은 좋은 창업자들을 발견하면 ‘카카오벤처스부터 만나보세요’라고 권하거나 저희에게 직접 추천해주시기도 해요. 또한 최고의 역량과 네트워크들을 가진 패밀리 대표님들이 투자 검토, 밸류애드 과정에서 주시는 인사이트가 너무 큰 도움이 되죠.

VAP(Venture at Port)도 그 연장선일 수 있어요. VAP는 그 업에서 창업을 경험한 분들이 일정 기간 함께하면서 패밀리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실질적 조언과 도움을 주시기 때문에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이걸 좀 더 고도화해서 보다 더 강하게 패밀리와 엮이는 기회들을 만들거나 이런 업무를 전담하는 내부 조직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VC의 매력은 무엇이며, 어떤 VC로 기억되길 원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혁신이 퍼지게 하려면 남들보다 혁신을 빨리 받아들이는 얼리 어답터들이 필요하다’는 ‘혁신확산이론’처럼, 창업자는 가장 앞단에 있는 혁신가이고 초초기 투자 VC들은 바로 뒷단에 있는 얼리 어답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우린 이런 솔루션을 가지고 세상을 이렇게 바꿔볼 거야’라는 꿈에 부푼 얘기들을 계속 들을 수 있는 VC라는 직업이 너무너무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대중적으로 선호되는 전문직들은 항상 리스크를 예측하고 ‘안 되는 이유’를 찾아서 막아내는 방법을 주로 고민하다 보니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되는 이유’를 놓고 마주 앉아 상상하고 더 잘할 방법을 모색하는 게 주된 업무잖아요. 그러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죠.

어떤 VC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머리가 하얘져도 배낭 하나 메고 창업팀을 찾아가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VC’라고 답하곤 해요. 오랜 기간 투자를 하다 보면 ‘예전에 다 해봤는데 안 돼요’와 같은 고정관념들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고정관념 없이 생각이 열려 있는 사람,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게 공감하면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쌓아온 네트워크를 통해 현실적인 도움을 바로바로 드릴 수 있는 영향력 있는 VC가 되길 원합니다.

끝으로,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2~3년 정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가장 밝은 아침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힘내고 용기 내셔서 성공적인 투자하고 즐거운 미래를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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